바이올리니스트는 시카고 출신 한인 2세
거장 루드비히 판 베토벤의 작품 가운데 그동안 대중 앞에서 연주된 적이 없었던 미완성 피아노 3중주곡이 재미 한인 2세 연주자가 포함된 트리오에 의해 초연된다.
시카고 출신의 한인 2세 바이올리니스트인 이상미(38)씨와 첼리스트 웬디 워너, 피아니스트 조지 르포로 구성된 '베토벤 프로젝트 트리오(이하 BPT)'는 3월 1일 오후 6시 30분 시카고 도심 머피 오디토리엄에서 베토벤의 12분짜리 미완성 피아노 3중주곡인 내림 마장조(Hess 47)를 세계 최초로 대중들에게 선보인다.
베토벤이 사망한 지 182년여만에 처음으로 연주되는 이 작품은 원래 1792년에 베토벤이 작곡했던 5악장으로 된 현악 3중주 작품번호 3번을 피아노로 편곡한 것이다. 1악장과 2악장 43소절까지만 완성된 이 작품은 1920년 처음으로 출판됐고 악보 원본은 독일 본에 있는 베토벤 하우스에 소장돼 있다.
BPT의 피아니스트 르포는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베토벤은 현악 3중주를 작곡한 지 10 여년 후에 피아노 3중주로 편곡을 하면서 원래의 현악 3중주에 존재하지 않는 깊이와 여운을 불어넣었다"며 "217년전에 작곡된 이 작품은 그동안 음반으로 제작된 적도 없고 한번도 대중앞에서 연주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베토벤이 1799년경에 작곡한 것으로 알려진 2악장짜리 피아노 3중주 라장조(Anhang 3)는 상당기간 베토벤이 아닌 모차르트의 작품으로 여겨져오다 1926년 베토벤의 이름을 작곡자로 해서 처음 출판됐다.
영국 박물관에 소장된 원복 악보는 베토벤의 자필이 아니라 그의 악보 필경 담당자였던 동생 카스파 칼에 의한 것으로 1악장 2페이지가 분실된 상태다.
BPT 측에 따르면 이번 미국 초연에서는 노스웨스턴 대학의 로버트 맥코넬과 스티븐 올탑이 분실된 2페이지를 재구성, 유럽에서의 초연 당시 재구성됐던 버전과 완전히 다른 작품을 선보이게 됐다.
또다른 미국 초연 작품인 피아노 3중주 내림 마장조 작품번호 63은 이번 연주회에서 연주되는 '초연' 작품들 가운데 유일한 완성품으로 1792년 베토벤이 작곡했던 관악 8중주 작품번호 103과 1795년 작곡한 현악 4중주 작품번호 4번을 편곡한 것이다.
BPT의 이상미씨와 르포씨는 "베토벤의 작품 가운데 그동안 한번도 대중 앞에 연주되지 않은 작품이 있다는 것에 놀라워하는 분들이 많다"며 "그동안 이 작품들이 연주되지 않았던 이유는 연주자들이 간과했거나 학자들과의 대화가 부족했기 때문일 것"이라고 말했다.
스트라디바리 소사이어티 등은 이번 연주회를 위해 1703년 제작된 스트라디바리 바이올린과 1739년 제작된 과르네리 첼로를 BPT 측에 특별히 대여했으며 연주회장에는 베토벤의 친필 원본 악보와 머리카락등도 전시될 예정이다.
전세계 클래식계의 관심을 모으고 있는 이번 베토벤 피아노 3중주 세계 초연은 시카고 출신인 미국인 어머니와 프랑스인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나 프랑스 파리와 미국 시카고에서 생활해온 피아니스트 르포가 프랑스 베토벤 협회의 도미니크 프레보 회장으로부터 베토벤의 알려지지 않은 작품에 대해 들은 뒤 2년여에 걸친 노력을 통해 성사됐다.
그동안 세계 초연 장소로 유럽은 물론 미국에서도 뉴욕의 카네기홀과 국회 도서관 등이 거론됐으나 주 시카고 프랑스 총영사와 독일 총영사의 노력으로 시카고가 최종 낙점됐다.
BPT측은 "시카고 출신의 버락 오바마가 대통령에 당선되고 2016년 올림픽 유치 노력 등 시카고는 멋진 에너지로 충만한 상태다. 베토벤의 세계 초연 장소로 시카고만한 곳은 없다고 확신했다.
BPT측은 이어 각각 시카고와 연관이 있는 한국계, 프랑스계, 미국의 연주자 세사람이 이곳에서 베토벤 작품의 세계 초연을 펼치게 된 것은 시카고에도 상당한 의미가 있는 경사"라면서 "앞으로 한국에서 이 작품의 초연을 할 기회를 가질 수 있었으면 좋겠다" 고 덧붙였다.
한편 26일(현지 시간) 열린 공개 리허설에는 프랑스에서 온 TV 방송과 ABC, CBS, NBC, WGN 시카고 지역의 TV, 시카고 트리뷴과 시카고 선타임스 등 취재진들이 몰려 이번 연주회에 대한 높은 관심을 반영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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