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우량기업도 경제위기 편승 '구조조정' 자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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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9-03-17 1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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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시흥에 위치한 한 중견 IT업체인 E사는 지난해 12월 새로운 회사 내규를 마련했다.

이 내규는 회사 내에서 USB메모리를 사용할 경우 첫번째 적발시 '경고', 두번째 적발시 '징계위원회회부', 마지막 세번째 발견시 '해고' 조치까지 할 수 있게 했다.

이 처럼 강도높은 보안정책을 도입한 이유에 대해 회사측은 정보 유출 및 회사 컴퓨터에 악성 코드나 바이러스가 침투하는 것을 막기 위함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 회사 직원들은 '깊은 뜻(?)'이 있다고 보고 있다. 그동안 강력한 자체 보안망을 갖추고 있기 때문에 USB 사용에 별다른 문제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회사측의 이번 조치를 우회적 구조조정 카드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실제로 보안 정책 도입 후 5명의 직원들이 이 회사를 떠났다.

E사는 해당 분야에서 전 세계 시장의 60% 이상을 차지하고 있을 정도로 경쟁력 있는 회사로 설비 설치와 사후관리를 전문으로 하고 있어 최근의 경제위기에도 큰 문제가 없다는 평을 받고 있다.

10년 전 외환위기로 구제금융을 받던 시절, 국내 유수의 은행이 외국 자본에 넘어가고 한보, 동아건설 등 굴지의 기업들이 하루 아침에 도산하며 거리에는 직장을 잃은 사람들이 넘쳤다.

전문가들은 최근의 위기가 10년전과 비슷하거나 더 심하다는 평가다. 하지만 아직 기업 구조조정 작업은 답보 상태다. 때문에 마땅히 시장에서 퇴출돼야 할 기업들에 대한 더딘 구조조정이 금융권에 더 큰 충격으로 다가올지 모른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정부와 금융당국이 기업 구조조정에 대한 속도를 내겠다고 재차 밝힌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하지만 경제위기를 틈타 E사 처럼 견실한 기업들까지 인적 구조조정에 편승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이는 정부가 최근 임금을 깍아서 일자리를 나누자는 '잡쉐어링' 정책과는 정반대 현상이다.

정부는 '잡쉐어링' 정책 추진과 더불어 경제위기를 틈타 견실한 기업들이 멀쩡한 직원을 거리로 내모는 현상에 대해서도 주의깊게 지켜봐야 한다.

김유경 기자 ykkim@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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