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서영백의 과천인사이드]예고된 위기는 위기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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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9-03-02 1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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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이라, 주식투자를 고려하기에는 특히 위험한 달 중의 하나다. 이 외에도 7월과 1월, 9월, 4월, 11월, 5월, 3월, 6월, 12월, 8월 그리고 2월도 위험한 달이다.”

미국의 유명한 소설가, 마크 트웨인의 말이다.

한국경제 ‘3월 위기설’의 시점이 현실로 다가왔다. 현재로선 크게 걱정할 필요가 없어 보이나 알 수 없는 일이다.

3월 위기설의 시작은 내달 결산인 일본계 금융사들이 국내에 투자한 엔화를 대규모로 회수할 것이라는 비관적 관측에서 시작됐다. 이후 고공행진을 거듭하고 있는 원-달러 환율과 동유럽에서 터져 나온 국가부도 위기가 기름을 부으면서 확산됐다.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을 비롯해 진동수 금융위원회 위원장 등 정부측 인사들이 일제히 나서 "3월 위기는 없다'며 진화에 나서면서 일단 가라앉기는 했지만 여전히 시장 곳곳에 불씨가 남았다.

그렇다면 ‘3월 위기’는 실제로 올 것인가.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그냥 부풀려진 설에 불과하다. 다행히 불발(?)로 끝난 ‘9월 위기설’이 오히려 실제 위기 상황에 가까웠다고 할 수 있다.

결산기를 맞은 일본의 자금사정 위축과 동유럽발 금융위기 등 대외 요인과 3월 이후 외국인 및 시중은행 채권만기가 집중된다는 국내 요인이 3월 위기설의 배경이지만 이중 실질적으로 국내 자본시장을 파국으로 치닫게 할 요인은 없다는 것이다.

이보다 우리 금융시장을 불안하게 만드는 것은 여전히 전세계를 짓누르고 있는 글로벌 악재의 복합작용이다. ▲동유럽발 2차 글로벌 금융위기 우려 ▲씨티그룹 등 미 대형은행들의 국유화 사태 ▲미 제너럴모터스(GM) 파산 가능성 ▲일본경제 붕괴 우려에 ▲북한 미사일발사 관련 위험까지 하나같이 전세계 투자자들의 안전자산 선호심리를 부추겨 달러 강세를 불러오고 우리 같은 신흥국에서는 자금을 빼내가는 결과로 이어지고 있다.

여기에 가파른 국내 실물분야 추락세는 위기감을 더하고 있다. 지난해 4분기 전국 가구의 실질소득과 실질소비가 각각 2.1%, 3.0% 감소하는 등 처음으로 동반 마이너스를 기록했고 올 1분기에는 더욱 악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과 실물이 위기를 서로 주고받으며 위기를 더욱 증폭시키는 악순환이 이어지는 판국에도 뾰족한 대책이 없으니 답답하겠지만 그렇다고 계속 우왕좌왕하거나 설익은 정책으로 대응하다간 사태를 더욱 악화시킬 뿐이다.

누구도 경험해 보지 못한 전대미문의 상황인 만큼 위기의 원인과 현재 국면에 대한 철저한 분석을 통해 위기의 향후 진로를 예견하고 최선의 대응책 찾기에 총력을 기울이는 수밖에 없다.

위험하기로 따진다면 세상에 위험하지 않은 달이 어디 있겠는가. 비단 3월 위기, 9월 위기설뿐만이 아니라, 일년 열두 달 모두가 위기이고, 불안함의 연속이다. 언제나 불안한 것은 마찬가지이다. 그러니 설 따위에 현혹되기보다는 중심을 잘 잡는 것이 중요하다.

1월 위기부터 시작해 12월 위기, 3월 위기, 4월 위기, 5월 위기 등등이 계속 이어지는데 굳이 3월, 혹은 9월을 위기설로 특정할 이유가 없다는 말이다.

물론 위기설은 그 자체로 순기능이 있기는 하다. 사람들의 경각심을 일깨우고 이에 대한 만반의 대비를 하게 한다. 하지만 단지 사람들의 공포심에 편승하는 위기설은 자제돼야 한다.

끝으로 증시 격언에 “알려진 악재는 더는 악재가 아니다”라는 말이 있다.

9월 위기설이 알려진 다음에는 오히려 아무 일이 없었듯이 3월 위기설이 제기됐으니 역으로 3월에도 아무 일이 벌어지지 않을 것이다.

서영백 기자 inche@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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