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지펀드, 돈 안빌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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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9-03-02 1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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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지펀드가 차입 규모를 크게 줄이고 있다. 이에 대해 위축된 투자심리의 반영이라는 의견과 금융위기가 헤지펀드에겐 호재로 작용해 이들의 자금력을 강화하고 있다는 분석이 세를 겨루고 있다.

1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영국금융감독원(FSA)은 지난해 10월 헤지펀드의 레버리지(차입금) 규모는 순자산의 1.15배로 줄었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 2005년 이래 최저치로 2년 전만 해도 헤지펀드의 차입금 규모는 순자산의 2배에 달했다.

보고서는 헤지펀드의 순자산에 걸린 롱포지션(매수세) 비율이 지난해 4월 44%에서 15%로 급감했다고 밝혀 글로벌 금융위기로 투자심리가 크게 위축됐음을 시사했다.

금융위기를 맞아 각국 금융당국이 규제를 강화하고 있는 점도 헤지펀드의 차입 규모를 줄이고 있는 요인으로 지적됐다. 금융권이 헤지펀드에 대한 자금 공급 규모를 줄이고 조건을 강화하자 헤지펀드가 돈을 빌리기가 여의치 않게 됐다는 것이다.

실제로 유럽집행위원회(EC)의 찰리 맥크리비 역외시장 집행위원은 “헤지펀드에 대한 강력한 규제는 불가피하며 오는 4월께 새로운 규제 법안이 상정될 것”이라며 헤지펀드에 대한 단속을 강화할 것임을 시사했다. 미국에서도 미국증권거래위원회(SEC)에 모든 펀드의 등록을 의무화하는 법안이 상정됐다. 오는 4월 영국 런던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금융정상회의에서도 헤지펀드나 신용평가사들에 대한 규제 수준을 높이는 방안을 마련하기 위한 논의가 이뤄질 예정이다.

일각에서는 헤지펀드의 차입 축소는 글로벌 금융위기가 헤지펀드에 호재로 작용해 빚 없이도 대규모 투자를 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된 탓이라고 풀이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헤지펀드는 소규모 자금을 근거로 차입금을 들여 단기간에 고수익을 추구하는 경향이 크다. 그러나 경기침체로 매물가치가 하락하자 자금력이 풍부한 헤지펀드로는 차입금 없이도 투자를 할 수 있는 환경을 맞게 됐다는 것이다.

헤지펀드 운용사의 한 관계자는 “FSA가 헤지펀드에 대한 조사를 실시한 이후 차입금 규모가 더 많이 줄었다"며 “많은 헤지펀드가 채무보다는 자산을 더 많이 보유하면서 자산에 대한 채무비율을 현저히 줄이고 있다"고 말했다.

도이치방크의 다니엘 카플란 유럽투자 책임자 역시 “투자자들이 레버리지를 충분히 활용할 수 있지만 현금자산을 더 확보하려고 한다”며 "글로벌 금융시장의 혼란이 헤드펀드에겐 오히려 전례없는 투자기회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신기림 기자 kirimi99@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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