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은행 임원들이 퇴임 후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업체나 거래 기업 등에 재취업하고 있어 전형적인 낙하산 인사라는 비난을 받고 있다.
3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1월 단행된 정기인사에서 퇴임한 산은 임원 4명 중 2명이 산은이 지분을 대거 보유하고 있는 업체로 자리를 옮겼다.
민유성 산업은행장과 코드가 맞지 않아 산은을 떠난 김유훈 전 재무관리본부장은 퇴사 후 한 달도 되지 않은 2월 20일 대우조선해양 사내이사로 취임했다. 산은은 대우조선 지분 31.26%를 보유한 대주주다.
이연희 전 리스크관리본부장도 지난 2일 산은이 2대 주주(지분율 14.86%)로 있는 쌍용양회의 부사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함께 퇴임한 장대곤 전 IT본부장과 허문회 상장기업 금융본부장은 아직 새로운 둥지를 찾지 못하고 있지만 업계에서는 이들도 조만간 산은 관련 업체에 자리를 만들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산은 임원들의 낙하산 재취업은 관행적으로 이어지고 있다.
실제로 지난 2000년 퇴임한 김재실 전 산은 이사는 산은캐피탈 사장을 역임한 후 대아건설과 경남기업에서 각각 감사와 대표이사를 맡았다. 대아건설과 경남기업은 산은 출신 인사를 기용하는 대가로 산은으로부터 대출을 받아낸 것으로 알려졌다.
벤처비리 의혹 사건에 휘말려 지난 2003년 4월 산은에서 나온 박순화씨도 산은이 2대 주주(지분율 18.67%)로 있는 동해펄프 관리인으로 재직 중이다.
오규원 전 산은 이사는 2001년 퇴임과 함께 동부그룹으로 옮겨 현재 그룹 고문으로 활동하고 있다. 산은은 동부그룹 계열사인 동부제철 지분 10.1%를 가진 2대 주주이며 동부그룹 관련 기업대출 대부분이 산은으로부터 나오고 있다.
이밖에도 김완정 전 산은 부총재와 김기현 전 이사, 허종옥 전 이사 등이 GM대우(산은 지분율 27.9%)와 대우조선에서 이사로 재직하고 있다.
이에 대해 전국금융사무노조 관계자는 "산업은행에서 퇴임한 임원들이 거래 업체나 지분 보유 회사로 옮겨 10년 이상 재직하는 사례가 비일비재하다"며 "이같은 낙하산 인사 관행은 막아야 한다"고 비판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산은은 기업 금융을 주로 하기 때문에 거래 기업이나 지분 보유 회사와 돈독한 유대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며 "이를 통해 기업들을 퇴직 임원을 위한 경로당으로 활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산은 측은 "장기간 근무한 임원들의 노하우를 활용하기 위해 해당 기업에서 임원으로 채용하는 것일 뿐 대가성 인사는 아니다"고 반박했다.
김유경 기자 ykkim@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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