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지난해 9월부터 추진해온 주유소 상표표시제(폴사인제) 폐지가 주유소의 가격 경쟁에 실질적인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폴사인제 폐지는 각 주유소가 특정 정유사의 상표를 내걸었어도 혼합판매 사실을 표시하면 다른 정유사의 제품을 팔거나 여러 정유사의 기름을 섞어 팔 수 있도록 하는 제도로 정부 지침아래 작년부터 시행해왔다.
관련업계는 이같은 정부의 폴사인제 폐지 시행에도 불구하고 실효성을 발휘하지 못하는 것은 국내 4대 정유사의 20년 넘은 과점체제가 가격 경쟁을 막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하고 있다.
일각에서도 이같은 폴사인제 폐지가 공급자간의 경쟁을 유도한다는 차원에서 시행된 것이지만 4대 정유사들이 유통채널을 장악해 전혀 효과를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2007년 기준으로 국내 시장은 SK에너지와 GS칼텍스, S-OIL, 현대정유 등 4사가 전체의 98%를 점유하고 있다.
석유제품은 지난 1976년에 정유사에서 대리점, 주유소로 이어지는 3단계 유통구조가 규정된 바 있다.
그 이후 1998년 정유사에서 주유소로의 직거래가 허용됐으며 석유사업이 등록제로 전환됐으나 국내 4대 정유사들은 20년간 시장을 독식했다는 눈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정부가 지난해 9월 폴사인제를 폐지한 이후에도 정유사들이 주유소들에 대해 석유제품을 전량 자신들로부터만 사도록 하고 공급 가격마저도 제품을 넘긴 뒤에야 일방적으로 통보하는 등 이같은 폴사인제 폐지가 무용지물로 작용하고 있다는데 주유소 측의 볼멘소리가 곳곳에서 터져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공정거래위원회는 4대 정유사와 SK네트웍스 등 5개사의 배타조건부 거래행위 및 사후정산행위에 대해 시정명령을 내린바 있다.
그러나 주유소 측은 이같은 공정위의 시정명령에도 불구하고 혼합판매를 하게될 경우 주유소들이 정유사들로부터 받는 타격이 여전히 크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한국주유소협회 관계자는 "폴사인제 폐지가 무용지물일 수 밖에 없는 것은 이같은 제도가 주유소와 정유사간의 전량구매 계약과 맞물려있기 때문"이라며 "공정위도 정유사가 전량구매 계약을 강조하는 이상 현재 상황에서 폴사인제 폐지 효과는 확인하기가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정유사 측은 오히려 이같은 폴사인제 폐지에 대한 실효성 논란이 당연하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혼합판매를 하게되면 소비자들의 제품 신뢰도가 떨어질 뿐 아니라 주유소들도 선호하지 않는 부분"이라며 "정부가 업계의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상황에서 실행했기 때문에 실제적으로 효과를 기대하기 힘든 것"이라고 말했다.
이미경 기자 esit917@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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