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봄 기운이 완연한 가운데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은 2년여 동안 냉혹한 한파에 시달리고 있다.
과거 대한민국 산업의 선봉장이라는 찬사를 받아왔던 삼성전자 반도체는 최근의 실적 부진으로 오히려 삼성전자 실적 악화의 주범으로 전락했다.
◆수당 및 성과급, 큰폭 삭감
이에 따라 구성원들에 대한 대접도 크게 달라졌다.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은 이달부터 생산직을 제외한 대다수 임직원에 대한 야근 수당 지급을 폐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집행된 초과이익분배금(PS)에서도 메모리반도체 부문의 직원들이 받은 성과급은 연봉의 1~2% 수준에 그쳤다. 휴대폰 및 LCD 사업부가 연봉의 약 50%에 해당하는 PS를 받은 것에 비하면 미미한 수준이다.
지난해 12월 지급된 생산성 격려금(PI) 책정에서도 반도체 부문은 최하 등급인 C등급을 받았다.
삼성 반도체의 얼굴이었던 황창규 사장이 올해 사장단 인사에서 퇴진의 고배를 마시면서 반도체 부문 구성원들의 사기는 한풀 더 꺾였다.
황 전 사장은 실적 부진으로 2008년에는 기술총괄 사장으로 사실상 강등된데 이어 올해 경영일선에서 완전히 물러났다.
◆휴대폰에 회사 대표 자리도 내줘
회사 내 위상도 약화 됐다. 반도체 부문은 최근 2년동안 분기 실적에서 휴대폰(정보통신총괄) 부문에 1위 자리를 내어주고 있다. '삼성전자 대표주자 = 반도체'라는 공식이 깨진 셈이다.
익명을 요구한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 연구원은 "2년전 치킨게임이 시작되면서 반도체 사업의 성과가 다소 움츠러 들었다"며 며 "최근 황 사장이 퇴진하고, 성과급 역시 크게 줄어들면서 연구원들의 사기도 한풀 꺾였다"고 말했다.
D램 업계 2위인 하이닉스와의 기술 격차가 좁혀진 것도 부담이다.
삼성전자는 2002년 9월 세계최초로 나노급 공정(90나노)으로 D램을 개발하면서 줄곳 D램 시장에서 기술 우위를 지켜왔다.
◆하이닉스와 기술격차, 크게 줄어들어
그러나 최근 하이닉스가 삼성전자를 바짝 추격하고 있다.
하이닉스는 지난달 6일 44나노 D램 공정 개발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삼성전자가 46나노 개발에 성공했다고 밝힌지 이틀만이다.
특히 삼성전자의 46나노 공정개발은 DDR2에 머물렀지만, 하이닉스는 DDR3 제품을 개발했다.
40나노급 DDR3의 데이터 처리속도는 2133Mbps로 DDR2에 비해 3배 이상 빠른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사내는 물론 국가 경제를 이끌어온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이 최근 자존심에 큰 상처를 입었다"며 "D램 시장의 치킨게임이 완전히 끝나고, 세계 경기가 회복되기 전까지 이러한 굴욕은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고 전했다.
이하늘 기자 ehn@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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