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부-구리시, 노선갈등 대립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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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9-03-04 1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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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리∼포천간 고속도로 노선을 놓고 국토해양부와 구리시의 갈등이 장기화되고 있다.

   국토부는 2014년 완공을 목표로 1조720억원을 들여 서울-구리-남양주-포천을 연결하는 53㎞ 구간에 민간 투자방식으로 고속도로를 건설할 계획이다.

   그러나 구리시와 시민단체는 노선이 시내를 통과하게 되면 역점사업으로 추진 중인 고구려 역사공원 부지를 가로지르게 되는 등 지역발전을 저해한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이에 따라 국토부와 구리시 등은 노선 선정 실무위원회를 구성해 협의를 계속하고 있으나 입장차이가 너무 커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 7년째 제자리걸음 = 구리∼포천간 고속도로는 2002년 건설업체에 의해 처음 제안됐다.

   이 도로가 개통되면 승용차로 서울에서 포천까지 30분이면 도착할 수 있어 경기북부지역을 동서로 연결하는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 남북으로 연결될 서울-문산, 서울-춘천 고속도로와 함께 대동맥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국토부는 이에 따라 2007년 제3자 제안공고를 통해 대우건설을 주간사로 하는 서울북부고속도로㈜를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하고 고속도로 건설을 서두르고 있다.

   서울북부고속도로㈜는 강변북로 남구리IC-구리 교문IC-서울 중랑IC-남양주 화정IC-의정부 산곡IC-민락IC-포천 소흘IC-가산IC-포천IC-신북IC까지 53㎞를 연결하는 노선을 제안했다.

   국토부와 서울북부고속도로는 오는 11월 실시협약을 체결한 뒤 2010년 1월 착공해 2014년 완공한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구리시와 시민단체가 구리 구간을 노선에서 제외시켜 달라며 반발해 지난해 6월 이후 사업이 사실상 중단된 상태다.

   ◇ 구리시.시민단체 노선 통과에 반대 = 구리시와 지역 시민단체는 계획대로 고속도로가 개설될 경우 교문IC 구간이 교문동 일대 38만7천664㎡에 추진 중인 고구려 역사공원 부지를 통과하게 된다며 반발하고 있다.

   이 때문에 국토부는 서울 방향으로 1㎞ 가량 우회하는 변경안을 제시했다.

   그러나 구리시는 환경파괴와 유적 훼손이 우려된다며 변경안도 수용할 수 없다는 뜻을 밝혔다.

   구리시 관계자는 "고속도로를 이용하기 위해 면적이 작은 구리지역에서 진출입하게 되면 차량 정체, 지역발전 저해 등의 피해가 불 보듯 하다"며 "합리적인 노선을 찾기 위해 협상 중"이라고 말했다.

   ◇ 국토부, 고속도로는 지역발전 원동력 = 국토부는 구리-포천 고속도로가 개통되면 경기북부지역을 남북으로 연결해 지역발전을 앞당기게 된다며 하루빨리 노선을 결정해 공사가 차질없이 진행되기를 바라고 있다.

   국토부는 이에 따라 반대측 입장을 일부 수용해 교문IC를 없애는 대신 구리 구간을 서울 방향으로 1㎞ 가량 운회하고 구리터널을 2.3㎞에서 3.2㎞로 늘리는 방안을 제시했다.

   그러나 국토부는 고속도로 시작 지점인 남구리IC의 경우 앞으로 건설될 제2경부선과 연결해야 하기 때문에 변경이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경기도 역시 구리시가 국토부의 변경안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행정절차상 고구려 역사공원 부지를 변경해야 한다며 한발씩 양보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도 관계자는 "고속도로 건설로 지역이 양분돼 발전을 저해한다는 것은 명분이 없어 보인다"며 "경기북부 전체의 발전을 위해 서로 윈-윈하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 노선 선정 실무협의 난항 = 국토부와 구리시 등은 서로의 의견을 조율하기 위해 지난해 9월 한국인사행정학회에 노선에 대한 갈등영향분석을 의뢰했다.

   학회는 이해 당사자들과 서면.대면 면담 형식으로 협의점을 찾아 보고서를 만들어 열람할 수 있게 했다.

   또 양측은 지난해 말부터 노선 선정 실무협의회를 열어 합의점을 찾고 있으나 8차 회의가 진행되는 동안 서로의 입장만 확인했을 뿐 제자리걸음만 계속하고 있다.

   실무협의회는 이달 중순까지 3차례 더 회의를 가질 예정이나 양측의 주장이 팽팽히 맞서 합의점을 찾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다.

   ◇ 지역간 갈등 = 노선 선정이 지연되자 구리시와 인접 지자체간에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구리시와 시민단체가 과천 정부청사와 국회 앞에서 구리구간 통과에 반대하는 집회를 개최하자 포천.양주.동두천.연천 등 경기북부 4개 자치단체는 조속한 고속도로 건설을 촉구하는 대규모 맞불 집회를 열었다.

   4개 시.군 주민들은 "도로 시점부인 구리시가 고구려 역사공원 등 자체사업을 이유로 반대하고 국토부가 미온적으로 대응해 고속도로 건설에 차질이 우려된다"고 주장했다.

   이들 지방의회도 잇따라 결의문을 내고 "군사시설보호법 등 중첩된 규제와 열악한 교통여건으로 경기북부지역이 낙후성을 면치 못하고 있는 만큼 고속도로가 하루빨리 건설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 월드디자인센터 쟁점 부각 = 구리시의 월드디자인센터 유치 계획이 수면 위로 부상해 노선 협상이 새 국면을 맞게 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구리시는 민자와 외자 등 6조5천억원을 들여 개발제한구역인 토평동 한강변 338만㎡에 '월드디지인센터'를 유치하는 계획을 추진 중이다.

   문제는 센터 부지에 고속도로 시점부인 남구리IC가 계획돼 있다.

   구리시는 이미 경기도에 센터 부지 일부에 대해 개발제한구역 해제를 신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국토부는 노선 협상 과정에서 월드디자인센터를 유치하려면 교통대책을 마련해야 하는데 구리∼포천간 고속도로가 적합하다는 의견을 낸 것으로 알려져 협상결과가 주목되고 있다.

인터넷뉴스팀 news@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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