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심한 경기침체로 소비지출이 급감하면서 컴퓨터와 휴대폰, 반도체 등 IT부문에서도 실적과 전망이 모두 암울해지고 있다.
이들 부문의 업체들은 시장 포화, 과잉 공급 등의 기존 악재들에 이어 경기침체로 인한 수요 부진까지 겹쳐 일부 업체가 도산하는 등 극심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
◇ 올 PC 출하는 사상최대 감소
시장조사업체인 가트너는 4일 퍼스널컴퓨터(PC) 수요가 줄면서 올해 출하량이 작년 대비 12%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가트너는 랩톱 컴퓨터와 미니 노트북의 수요가 비교적 증가세를 유지하는 반면 데스크톱 컴퓨터 판매가 급격히 줄어들어 전체적으로 PC 출하량은 올해 2억5천700만대 가량으로 지난해보다 11.9%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가트너 조지 시플러 대표는 "PC 산업이 글로벌 경제 위기 때문에 이례적인 침체 상황을 맞고 있으며 PC 소비자들이 새 컴퓨터 구입을 연기하거나 저가의 모델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가트너는 전체 PC 매출액 예상치를 명시하지는 않았으나 PC에 대한 전반적인 할인 판매가 빈발하면서 대당 가격이 전년 대비 10%가량 낮아지고 PC 업체들의 매출은 20%가량 감소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PC 출하량은 닷컴 붕괴를 맞았던 2001년 3.2% 떨어진 것이 1990년 이후 지금까지 가장 큰 감소폭으로 기록돼 왔다.
가트너의 전망 보고서와는 별도로 도이치방크 분석가인 크리스 휘트모어는 "PC 출하량이 올해 8%가량 줄어들고 평균 판매 가격은 12% 낮아지며 매출액은 19%가량 떨어질 것으로 본다"고 예상했다.
휘트모어는 "PC에 대한 주요 기업의 수요와 비용 지출이 크게 줄고 있고 저가의 넷북 등에 대한 수요가 늘면서 전반적인 침체 양상을 벗어나기 어렵게 돼 있다"고 설명했다.
세계 최대의 PC 메이커인 휴렛패커드는 지난달 PC 부문의 분기당 매출이 19%가량 낮아졌다고 발표했다. 휴렛패커드는 랩톱의 경우 출하량이 8% 늘어난 반면 데스크톱은 15%가량 급격히 떨어졌으며 매출액은 랩톱과 데스크톱이 모두 13~25%가량 감소했다.
델 컴퓨터는 지난 분기 데스크톱 컴퓨터 매출액이 전년 분기보다 27% 낮아진 35억 달러를 기록했으며 랩톱 매출액은 17% 낮아진 40억 달러로 나타났다.
애플은 데스크톱 출하량이 25% 줄었지만, 노트북인 맥북 컴퓨터의 출하량은 34% 가량 늘어 전체적으로 9%가량 PC 출하량이 늘어났다고 밝혔다.
◇ 휴대폰도 수요부진 지속
가트너는 또 작년 4·4분기 전 세계 휴대폰 판매량이 3억1천500만대로 1년 전보다 5%나 감소했다면서 내년이 오기 전에는 수요가 되살아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다.
4·4분기에는 신흥시장이나 선진국 시장 모두 전분기보다 2% 정도 성장했지만, 이런 성장률은 4분기 실적으로는 사상 최저 수준이다.
휴대폰 시장은 지난해 전체로는 6% 성장해 12억2천만대를 넘어섰지만, 연말로 갈수록 수요는 점차 줄었다.
세계 1위인 노키아의 점유율은 연초 40.4%에서 4분기엔 37.7%로 낮아졌지만 삼성은 13.4%에서 18.3%로, LG는 7.1%에서 8.9%로 각각 상승했다.
소니에릭슨도 9%에서 7.5%로, 모토로라는 11.9%에서 6.9%로 각각 떨어졌다.
가트너의 휴대기기 조사담당인 캐롤리나 밀라네시 이사는 "올해 1·4분기와 2·4분기에도 재고를 줄이려는 업체들의 노력은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 반도체 판매도 3분의 1 줄어
이런 수요업계의 부진은 반도체 칩 제조업계에 직격탄이 됐다.
뉴욕타임스(NYT)는 지난 3일 반도체산업협회의 집계를 인용해 지난 1월 반도체 칩 판매가 작년 동기 대비 3분의 1가량 줄어든 153억달러에 그쳤다고 보도했다.
컴퓨터와 휴대폰, 디지털카메라 등 IT기기의 매출이 급격히 줄어들면서 핵심 부품인 반도체의 매출도 극심한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반도체 업계는 지난해까지 업계의 발목을 잡던 공급 과잉으로 인한 가격 급락에 이어 수요 부진까지 겹치면서 최악의 위기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는 것이다.
반도체업계 조사업체인 오브젝티브 어낼리시스의 짐 핸디 이사는 메모리 가격이 지난해 60%나 폭락한데 이어 올해도 40%가량 추가 하락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또 다른 조사업체 아이서플라이의 애널리스트 데일 포드는 "업체들은 매출 부진이 발생하면 타격을 입을 정도로 설비를 확장해왔다."고 지적했다.
이로 인해 마이크론이 작년 10월 3천명 감원에 이어 최근 2천명을 추가 감원하는 등 업계가 몸집줄이기에 나섰지만 최근 스팬션이 파산 보호를 신청할 정도로 상황이 악화됐다.
포드는 자금 문제 때문에 일부 업체들이 업계에서 사라질 것이라면서 "업계는 이를 감당할 능력이 없다."라고 단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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