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이 돈을 새로 찍어내는 '양적완화 정책'을 통해 금융시장에 유동성을 공급한다.
영국 중앙은행인 영란은행(BOE)은 향후 3개월간 시중에 750억 파운드(약 164조원)를 투입해 채권 등 금융자산을 매입할 계획이라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영국이 미국과 일본에 이어 결국 통화정책을 완화하기로 한 것은 BOE가 기준금리를 315년만에 최저치인 0.5%로 낮췄는데도 경기가 나아질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는 데 따른 비상조치라고 신문은 평가했다.
머빈 킹 BOE 총재는 "통화량은 전혀 늘지 않고 경기침체가 심화되고 있다"며 "시중 통화량을 늘려 유동성을 높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영국 정부는 이번 정책으로 우량한 회사채의 가격이 상승해 금리가 하락하고 은행의 유동성도 확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시장도 이번 조치를 반기는 분위기다. 이날 10년물 국채 가격은 지난 1993년 이래 일간 최대 상승폭을 기록했다. 파운드화 표시 회사채 가격도 10년래 최고 수준으로 뛰어 올랐다.
하지만 영국에서는 전례가 없는 이번 조치의 실효성에 대해서는 신중론이 우세하다.
750억 파운드는 영국 국민소득의 5% 해당하는 막대한 자금인 데다 은행권이 유입된 자금을 시중에 풀지도 미지수이기 때문이다.
야당의 재무장관 후보인 조지 오스본은 이번 조치가 경제정책의 실패를 낳을 수 있는 '무모한 짓'이라고 경고했고 일각에서는 중장기채의 상당량을 보유하고 있는 연금펀드가 금리 하락으로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우려를 의식한 영국통화정책위원회(MPC)는 향후 3개월간 인플레이션 통제 목표치인 2%를 유지하기 위해 시장의 통화 공급량과 가계 및 기업의 지출 상황을 예의주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신기림 기자 kirimi99@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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