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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친' 환율 어디까지 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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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9-03-08 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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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노선 1600원선 뚫리면 공황
원화 절하, 지나치다는 인식도 확산
단기 고점 1650원, 연말 1300원선 전망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상태입니다. 환율이 국내 요인보다는 해외 변수에 따라 요동친다는 것이 전망을 더욱 힘들게 합니다. 단기적인 전망도 어렵습니다. 글로벌 금융시장의 시야가 워낙 혼탁한데다 정부의 시장개입 등 펀더멘털적인 요인 이외의 돌발 변수가 시장을 좌우하고 있습니다"

시중은행 한 딜러의 하소연이다. 환율이 천정을 모르고 치솟고 있는 가운데 외환 전문가들은 1600원선을 마지노선으로 보고 있지만 전망 자체가 무의미하다는 것이 이들의 공통적인 시각이다. 

△1600원선 사수 관건, 뚫리면 '공황'=8일 금융권에 따르면 당국의 의지가 워낙 강해 1600원선이 쉽게 뚫리지는 않겠지만 일단 뚫리고 나면걷잡을 수 없는 패닉 상태가 펼쳐질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지난 주말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22.0원 급등한 1590원에 장을 시작해 수 차례 추가 상승 시도 이후 당국의 개입으로 추정되는 물량이 대거 유입되면서 전일 대비 18.0원 내린 1550.0원에 마감했다.

싱가포르개발은행(DBS)의 박용일 이사는 "시장에는 정부의 강한 개입이 1600원선을 지켜줄 것이라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면서 "만약 1600원을 넘어서면 외환시장은 공황에 빠질 것"이라고 밝혔다.

박 이사는 특히 헤지펀드의 움직임에 주목했다. 그는 "헤지펀드에서 강한 이익실현 물량이 나오고 있다"면서 "해외에서 우리나라의 환율 관리가 안되는 것에 대해 불안해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아시아 주요국 중 한국에 대한 외국인들의 노출 비중이 높다는 점도 환율변동폭을 높이는 이유다. 거시경제적인 측면에서 한국 경제는 상대적으로 안정적이지만 외국인 주식매매 동향과 글로벌 증시 불안으로 자산운용사들이 헤지(위험 회피)를 위해 움직이고 있기 때문이다.

무역수지가 개선될 것이라는 전망에도 불구하고 국내 업체들이 달러 매수에 열을 올리는 것도 문제다. 무역시장의 수급 호전이 외환시장의 수급을 돌리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씨티은행의 유현정 팀장은 "업체들이 계속해서 달러를 사고 있다"면서 "정부가 수백억 달러를 풀어도 1600원선을 지키지 못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유 팀장은 최근 헤지펀드가 국내 외환시장을 좌우하고 있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동의하지 않았다. 그는 "헤지펀드가 시장을 움직이지는 않는다"면서 "헤지펀드들이 디레버리징 차원에서 자산을 줄이고 있는 상황에서 외환시장의 흐름을 결정하지는 못할 것"이라고 밝혔다.

△원화 절하 지나치다는 주장도...연말 1300원대 전망=추가적인 환율 상승은 제한적일 수 있다는 주장도 슬슬 고개를 들고 있다. 원화 가치가 지나치게 절하된 만큼 원화의 절상에 대비해야 한다는 것이다.

씨티은행 유현정 팀장은 "최근 환율이 오르면 역외에서 파는 움직임이 포착된다"면서 "이것이 차익인지 숏(달러 매도)인지는 확실치 않지만 주목해야 되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유 팀장은 "원화 가치가 절하됐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으며 이에 따라 원화의 절상을 예상하는 세력도 늘고있다"고 덧붙였다.

상당수의 시장 참가자들이 원화 가치가 지나치게 하락했다는 것에 동의하고 있는 상황이며 경제동향을 감안할 때 아시아 주요국에서 한국에 대한 신뢰도가 높다는 사실도 원화의 추가적인 약세를 제한하는 요인이라는 평가다.

외환은행의 김두현 선임 딜러는 "1600원대가 쉽게 뚫리지는 않을 것"이라면서 "AIG 구제금융을 포함해 큰 폭풍은 지나갔다"고 주장했다.

그는 "제너럴모터스(GM)의 파산 신청 등 글로벌 자본시장을 휘청거릴 정도의 대형 재료가 터진다면 1600선이 위험할 수는 있겠지만 이미 악재는 상당 부분 반영됐다고 봐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중장기적인 환율 전망에 대해서는 대다수 전문가들이 조심스러운 입장이다.

외환은행의 김 선임 딜러는 "변수가 너무 많지만 3월 1650원까지 오를 수 있다"면서 "그러나 2분기 1650원대에서 연중고점을 찍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씨티은행의 유 팀장은 "지난해부터 환율은 한번 주요 저항선이 뚫리면 100원대로 올라갔다"면서 "1600원 이후에는 1700원, 1800원까지 치솟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DBS의 박 이사는 "정부가 강하게 개입한다면 기본적으로 환율이 안정될 공산이 크다"면서 "경상수지만 도와준다면 연말 1300원까지 하락하는 기조를 나타낼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한국은행의 공격적인 금리인하에도 불구하고 주요 선진국들에 비해 기준금리가 높은 상태가 이어지면서 우리나라가 캐리 트레이드를 통한 투자국으로 부상하고 있다.

외국인들의 미국의 초저금리를 이용해 달러 캐리 트레이드에 본격적으로 나서고 있는 것이다. 캐리 트레이드란 금리가 낮은 곳에서 자금을 마련해 수익이 높은 곳에 투자하는 것을 뜻한다.

금융권에 따르면 외국인들은 달러 캐리 트레이드를 통해 올들어서만 3조5000억원에 가까운 채권을 사들였다. 

민태성 기자 tsmin@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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