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분양 해소 중도금 대출이 발목 잡네"

미분양 아파트 계약을 하고서도 금융권 중도금 대출을 못받은 일부 계약자들이 계약을 포기해야 할 상황에 처했다. 정부의 미분양 해소대책이 금융권의 비협조로 일선 현장에서는 제대로 시행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6일 업계에 따르면 미분양 아파트 사업장에서 미분양 물량에 대한 계약을 체결했으나 금융기관이 중도금 대출을 못받아 개인자금을 들여 중도금을 납부해야 하거나 계약을 포기해야 하는 처지에 몰렸다. 이에 따라 해당 건설사도 정부의 미분양 대책에 힙입어 적극적인 마케팅을 통해 미분양을 해소하려던 당초 계획에 차질을 빚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인천청라지구에서 분양중인 A건설사는 지난해 12월에 중도금을 40%(이자 후불제) 조건으로 분양에 들어갔다.

A사가 이 사업장 분양에 따른 총 매출액은 3526여억원. K은행, N은행 등 2곳과 각각 절반씩 나눠 40%까지 대출을 해주기로 약정했다. 즉, 705억원(중도금 40%)에 대해 중도금 대출약정을 체결한 것. 다만, K은행은 대출 총한도 705억원중 우선 300억만 부여하고 한도가 차면 증액하는 것으로 약정을 했다.

이후 미분양 해소를 위해 정부가 청라지구를 투기과열지구에서 해제하면서 중도금 대출이 60%까지 대출이 가능해지자 A사는 미분양 물량에 대해 중도금 60%(이자후불제)로 조건을 바꿔 분양을 하고 있다.

이와함께 A사는 기존 대출 약정을 체결한 두 금융기관에 20% 상향 조정을 요청했고, N은행도 이를수용해 대출한도를 증액했다. 하지만 K은행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고 기존 300억 한도를 유지하겠다는 입장이다.

A사의 현재 분양율은 78%. 분양율이 50%에 불과했던 점을 감안하면 규제완화조치로 28% 정도의 추가 분양계약이 이뤄진 셈이고 가계약자까지 포함하면 분양률은 98%에 이른다. 정부의 미분양 대책이 제대로 효과를 본 셈이다.

하지만 K은행에서 한도를 늘려주지 않으면서 문제가 불거진 것. 이들 계약자들의 1차 중도금 납입일은 오는 20일. K은행에서 중도금 한도를 늘려주지 않은 한, 계약자 중에 상당수가 스스로 중도금을 해결하거나 계약을 포기할 수 밖에 없는 상황에 처한 것이다.

A사 관계자는 "중도금 대출한도에 대한 위험부담은 금융기관 보다는 분양계약자와 시행시공사가 안고 가는 것인 만큼 금융권에서 대출한도를 제한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본다"며 "중소기업인 하도급업체의 원활한 자금 흐름을 위해서라도 계약이 잘되는 사업장의 중도금 대출한도는 증액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또 "정부가 미분양을 해소하겠다는데 금융기관이 발목을 잡고 있다"며 "자칫하다간 건설사가 계약자들로부터 사기분양 혐의로 고발당할 처지에 몰렸다"고 토로했다.

이에 대해 해당은행은 한도 증액과 관련하여 협의중이나 언제 결론이 날지는 아직 알 수 없는 상황이라는 입장이다.

김영배 기자 [e-mai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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