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츠, 헌차 팔고 새 차라 발뺌…소비자 ‘뿔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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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9-03-09 1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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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마포구에 사는 최 모 씨는 지난해 10월 1일 메르세데스-벤츠 방배지점 딜러에게 뉴 C-class(실버 색상)를 구입했다. 새 차를 넘겨받은 최 씨는 조수석 문짝에서 새로 도색된 흔적을 발견하고 즉시 딜러점과 본사에 알렸다. 국내로 운송되는 과정에서 흠집이 생겨 도색 처리 했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아챈 최 씨는 딜러점에 거세게 항의했고, 딜러점은 차량 무료 도색, 무상수리기간 1년 연장 등을 조건으로 합의할 것을 제안했다. 하지만 최 씨는 수리 사실을 숨긴 딜러점과 벤츠에 대해 더 이상 신뢰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자동차 회사들이 수리된 차를 ‘신차’라고 속여 판매하는 등 소비자를 기만하는 영업 행태가 근절되지 않고 있다.

8일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작년에만 차량 승용물 피해 민원제기와 상담건수가 1만4534건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루 평균 40건이 접수된 셈이다.

선주만 한국소비자원 부장은 “BMW, 혼다, 메르세데스-벤츠 등 수입차를 구입한 뒤 소비자가 나중에 수리차란 사실을 알아채고 피해 상담을 해온 경우도 많았다”고 밝혔다.

최 씨의 경우가 그렇다. 최 씨는 “벤츠라는 브랜드를 믿고 구입했는데, 도색 사실을 숨기고 신차인 것처럼 판매한 게 상당히 불쾌하다”며 “도장했다는 사실은 시인하면서도, 판매 당시 수리 사실을 밝히지 않은 점에 대해서는 전혀 언급이 없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그는 “단순히 운송 과정에서 생긴 흠집 때문에 도색한 게 아니라 사고가 났던 차량을 신차로 둔갑시킨 것은 아닌지 의심이 간다”며 “환불을 요구했지만 회사는 하자가 있는 차가 아니기 때문에 환불해 줄 수 없다’는 무책임한 말만 되풀이 하고 있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수입차는 국산차와 달리 출고일 산정기준이 달라, 이와 같은 분쟁이 적지 않게 발생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차량이 공장에서 나온 날짜가 출고일인 국산차와는 달리 대부분의 수입차는 외국의 본사로부터 배나 항공기로 수송돼 한국에 도착한 후 '인도 전 검사(PDI; Pre-Delivery Inspection)'센터에서 최종 검사를 받은 날짜를 출고일로 삼고 있다.

수입차는 소비자를 만나기 전 국내로 운송되는 동안 쌓인 때를 벗기고 각종 점검을 받는데, 이 과정에서 행여 생겼을지 모르는 흠집 등을 도색하거나 부품을 교체하기도 한다.

하지만 벤츠가 이 점을 들어 반론 삼는다면, 차량을 내보내기 전에 사전점검을 철저히 한다고 자부하는 회사가 도색이 잘못됐음을 발견하지 못한 채 버젓이 판매한 것이 돼, 오히려 공신력에 타격을 입게 된다.

또 ‘중대 수리’ 사실을 사전에 미리 고지하지 않고 신차로 속여 팔았다는 점에서 소비자를 우롱했다는 비난 역시 피할 수 없게 됐다.

한국자동차소비자연맹에 따르면 출고일 조작이 있거나 수리, 전시 사실을 알리지 않고 새 차인 것처럼 팔 경우 사기죄에 해당돼 처벌을 받게 된다.

국산차의 경우 현대차의 모 대리점이 수리차를 신차로 판매했다가 지난 2월 4일 수원지방법원 성남지법으로부터 300만원의 벌금형을 선고 받았으며, 지난해 연말에는 렉서스 일부 딜러가 전시차를 신차로 팔다 들통 나 홍역을 치른바 있다.

이정주 한국자동차소비자연맹 회장은 “자동차 회사들이 전시차나 수리차 등을 팔기 전에 소비자에게 정확히 사실을 알려야 함에도 소비자가 문제제기 할 때까지 입 다무는 경우가 다반사”라며 “도를 넘은 영업으로 잠시 판매율을 높일 수는 있겠지만 결국은 소비자들에게 외면 받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소비자들이 차를 넘겨받은 뒤에는 교환 등이 쉽지 않은 만큼 차량상태를 꼼꼼하게 살피고, 브랜드 명성과 이미지에 혹해 접근하지 일이 없도록 해야한다"고 조언했다

변해정 기자 hjpyun@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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