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윤성의 내비게이션] 벤처기업의 이상한 이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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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9-03-09 2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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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위기가 쉽사리 끝나기 어려울 것이라는 뉴스가 우리를 더 우울하게 만든다.

유력 경제연구소마다 경제위기가 적어도 내후년까지는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을 앞 다퉈 내놓고 있다.
지난 주 만난 삼성그룹의 고위임원도 “경제위기가 쉽사리 끝나지 않을 것”이라며 “대기업들이 ‘불황의 저점’만을 기대한 채 투자를 미루고 있다”고 말했다.

그의 말을 듣노라면 그나마 투자의 여력이 있는 대기업들은 아직 살만한 모양이다.

그러나 우리나라 기업 대부분은 IMF경제위기를 벗어난 지 불과 10여년 만에 다시 구조조정을 실시해야 하는 참담함에 놓여있다.

다행히 일자리를 나누는 ‘잡쉐어링’이 사회전반에 확산돼 구조조정 위기를 피해가고 있긴 하지만 ‘불황의 그늘’이 계속 이어진다면 이 또한 오래가지는 못할 수도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국내 벤처기업들에게는 다가온 봄이 따뜻하기는커녕 아직도 겨울을 벗어나지 못했다는 생각에 잠겨 있을지 모른다. 투자금을 구하기도 어려워 소액공모를 실시해도 실패히기 일쑤다. 심지어 직원 급여도 밀리는 사태가 벌어지기도 한다.

그런데 최근 서울에 있던 벤처기업 하나가 회사의 구조조정을 위해 본사를 지방으로 옮겼다는 소식은 참으로 황당할 수밖에 없다.

연 매출 100여억원에 달하는 벤처기업 중에는 내심 건실한 회사 중 하나였다. 그러나 지난 1월 직원들에게 사직을 권고했다. 3년 연속 적자 누적에 의한 경영 악화가 이유였다. 직원들은 위협을 느껴 노동조합을 설립해 민주노총 금속노조에 가입했다.

그러나 회사 쪽은 사직 권고자들에게 정리해고 통지서를 전달하고, 2월2일 지방공단으로 회사 이전 계획을 발표했다.

이후 노사간 합의로 구조조정이 중단되나 싶더니만 회사는 일방적인 파기 이후 곧바로 본사를 지방으로 이전시켜 버렸다.

이 회사는 작년 말까지 매각설이 나돌던 회사로 M&A업계에는 200~300억원대에 매각이 이뤄질 것이라는 구체적인 소문도 떠돌았다. 모 코스닥업체 대표이사는 회계담당 직원들에게 이 회사 인수준비를 지시했던 적도 있다.

그러나 잇따른 매각실패에 대주주인 현 대표이사는 더이상의 매각진행은 중단한 채 자신의 지분을 계속 확대해 왔다. 실적이 좋지도 않았음에도 대표이사는 지분확대에만 열을 올렸다.

특히 매각진행 중단 이후 영업을 담당한 회사도 매각해 버렸다.

매각금액은 주당 1원, 투자금액 대비 턱없이 모자라는 금액이다. 누가 보더라도 이상할 수 밖에 없는 계열사 매각이다.

회사측은 이에 대해 “자본잠식이 심각한 회사라 정리했다”라는 입장을 내놓고 있다. 턱없는 가격의 계열사 매각, 갑작스런 본사의 지방이전 등 회사는 누가 보더라도 정말 이해하기 어려운 행동을 취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혹 일련의 사태가 재매각을 위한 ‘몸집 줄이기’라면 대표이사나 주요 주주들은 자신들이 살겠다고 종업원과 소액주주들의 의사에 반하는 행동을 하는 게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든다.

사태를 원만히 해결하고서도 얼마든지 회사를 매각할 수 있지는 않을까.

아직도 겨울의 기운이 가시지 않았다. 자신을 믿고 열심히 일해 온 사람들에게 감사하기는커녕 거리로 내모는 ‘L’모 대표님, 자신을 한번 되돌아 보심이 어떨런지요.

조윤성 기자 cool@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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