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9월 전세계 투자자들은 다시 한번 충격에 빠졌다. 6개월전 베어스턴스가 역사속으로 사라진 이후 160년 전통의 미국 투자은행(IB) 리먼브라더스 역시 파산을 선언했기 때문이다.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주택담보대출) 시장발 금융위기로 세계 자본시장을 호령하던 미국 투자은행들의 위기가 극에 달했음을 보여준 것이 바로 리먼브라더스를 비롯한 거대 IB들의 파산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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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태성 금융부 차장 |
이후 글로벌 자본시장의 대변혁이 시작되고 전통적인 투자은행에 대한 재평가가 진행됐음은 물론이다.
우리나라 역시 미국 IB업계의 침몰 여파를 단단히 받고 있다. 당초 야심차게 준비했던 자본시장법에 따른 금융투자업 규제 완화에 제동이 걸린 것이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8일 '금융투자업 인가의 기본방향과 운용계획'을 발표했다. 금융사가 신사업을 시작할 때 시장 리스크가 적은 분야부터 단계적으로 인가해준다는 것이 골자다.
자본시장법으로 금융투자회사의 대형화와 전문화를 촉진한다는 본래 취지에서 속도 조절에 들어간 것이다.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를 고려했다는 것이 당국의 설명이다.
당초 공격적인 사업 확장을 모색했던 증권업계는 당연히 반발하고 나섰다. 자본시장법 시행과 함께 본격적인 겸업을 준비했던 업계로서는 새로운 금융투자업 진출에 대해 당국이 속도를 조절한다는 것 자체가 김 빠지는 일이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자본시장법에서 허용한 업무를 세부 시행방안을 통해 금융당국이 다시 규제에 나섰다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당국의 입장에서는 미국발 금융위기로 전세계가 출렁이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 자본시장 발전을 위해 야심차게 준비했던 자본시장법을 예정대로 밀고 나갈 수도, 그렇지 않을 수도 없는 딜레마에 빠진 셈이다.
이런 의미에서 폴 볼커 전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의 최근 발언은 의미심장하다. 그는 지난주 뉴욕대 스턴경영대학원에서 열린 '금융 안정성 회복' 토론회에 참석한 자리에서 "상업은행과 투자은행의 칸막이를 다시 설치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와 같은 금융위기 재발을 막기 위해서는 상업은행과 투자은행 업무를 더욱 철저히 분리해야 한다는 것이다.
볼커 전 의장의 발언은 금융위기의 주범이랄 수 있는 골드만삭스와 모건스탠리가 법적으로는 은행이지만 현재 과거 투자은행과 다름 없는 업무를 취급하면서 금융개혁에 발맞추지 못하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지난 100여년 동안 IB 부문을 주도하고 성장시켰지만 결국 전세계를 금융 쓰나미에 휘말리게 한 미국과, 이제 막 IB 사업의 걸음마를 시작하는 우리의 현실이 다르다는 것을 감안하더라도 최근 미국에서 일고 있는 금융계의 변화는 우리에게 많은 것을 시사한다.
미국의 변화를 타산지석으로 삼아 위기를 기회로 살리느냐 아니면 전세계를 휩쓸고 있는 금융 한파에서 같이 얼어죽느냐를 결정하는 것은 정책당국의 몫이다.
민태성 기자 tsmin@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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