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 도미노 인상 우려, 서민경제 ‘먹구름’
최근 환율 급등으로 인한 수입 원자재 가격이 상승하면서 국내 물가에 다시 비상이 결렸다.
9일 환율은 한때 1600원선까지 다가서며 두 달여 만에 상승폭이 20%에 이르는 등 수직상승했다.
이에 원자재를 수입해 만드는 생필품 가격이 줄줄이 오르며 물가 관리에 적신호가 켜졌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2월 소비자물가는 전년동월대비 4.1% 올라 7개월간 하락세를 보이다가 상승세로 반전했다.
문제는 원자재 가격은 떨어지고 있으나 급등하는 환율로 인해 기업들의 적자폭이 커지면서 소비자 가격도 올라가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은행과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1월의 밀 수입가격 지수는 198.84(2005년 100기준)로, 최고 점이였던 지난해 2월(312.40) 대비 36.4%나 급락했다.
반면 대표적인 서민음식으로 꼽히는 라면 가격은 올해 2월 124.4로 14.3% 오른 상태다. 국수 가격 지수도 168.4로 40.3% , 빵은 120.4로 17.2% 상승했다.
대두의 수입가격 지수는 1월 180.92로 지난해 1월에 비하면 0.001%로 제자리걸음 중이지만 두부의 소비자물가 지수는 1월 122.7로 지난해 1월(111.7) 대비 9.8%가 올랐고, 식용유는 132.2로 9.9%가 인상됐다.
여기에 CJ제일제당은 지난해 11월 설탕의 출고 가격을 15% 인상한지 4개월 만에 또 15.8% 인상했다.
이에 따라 경쟁업체인 삼양사와 대한제당 등도 조만간 설탕 가격을 올릴 예정으로 눈치만 살피는 실정이다.
이처럼 설탕 가격의 인상은 과자, 음료수의 가격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설탕은 과자, 빵 제조시 중요한 원재료 중 하나로 총 재료비의 5~7%에 달한다.
유제품 업체들도 음료수와 가공유, 발효유 제조시 설탕을 다량 사용하고 있는 실정이다.
CJ제일제당 관계자는 “원당가와 환율이 제조원가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원가구조 하에서 최근 환율이 지속적으로 상승해 1500원을 훌쩍 넘자 더 이상 견디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삼양사 역시 “지난해 12월 환율이 1200원 수준이었는데 현재는 1560원 수준으로 30% 이상 올랐다”며 “이로 인해 수입원가 상승, 환차손 등을 포함해 전체적으로 50~60%의 원가 상승 부담을 안게 됐다”고 말했다.
대한제분과 동아제분 등도 사정은 마찬가지로 적자를 감수하면서도 가격인상만은 선뜻 결정하지 못한 채 환율 하락만을 기대하는 분위기다.
특히 이처럼 경쟁업체를 비롯해 음료, 과자, 빵 등의 가격 도미노인상으로 이어질 경우 가뜩이나 힘겨운 서민들의 고통만 가중될 것으로 우려된다.
윤종원 재정부 경제정책국장은 “원자재가격이 하락한 것보다 환율 급등한 부분이 더 높아 가격압박이 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서민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가격모니터링TF를 통해 가격동향 면밀히 지켜볼 것”이라고 밝혔다.
박상권 기자 kwon@
김한나 기자 han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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