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5주년을 맞는 강정원 국민은행장의 행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에다 실적 부진까지 겹치면서 국내 1위 리딩뱅크 자리를 놓칠 위기에 처한 가운데 자본시장법 시행은 상대적으로 기업금융이 약한 국민은행으로선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국민은행의 지난해 순이익은 1조5108억원으로 전년 대비 45%나 줄었다. 1위는 유지했지만 순익만 놓고 따지면 1조4467억원을 기록한 라이벌 신한은행에게 언제라도 최고 자리를 빼앗길 처지다.
전세계를 강타하고 있는 금융위기 여파에다 지주사 전환 과정에서 보유하게 된 KB금융지주 지분을 6000억원의 손실을 입고 판 것이 실적에 타격을 입혔다.
4분기 손실은 3184억원에 달했다. 2004년 4분기 이후 4년 만에 첫 분기 적자를 기록한 셈이다.
4분기 순이자마진(NIM)은 지난해 1분기 이후 3%대를 회복했지만 지난 연말부터 예대마진이 급격히 줄기 시작하면서 1분기 중 최악의 NIM을 기록할 것이라는 우려가 팽배한 상황이다.
국제결제은행(BIS) 비율 역시 13.42%를 기록한 신한은행에 밀리면서 13.20%를 기록하는데 그쳤다.
전문가들은 자본시장법이 본격적으로 시행되면 주요 은행 중 상대적으로 소매금융 의존도가 높은 국민은행이 심각한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우려를 표시하고 있다.
증권업계 고위 관계자는 "중장기적으로 국민은행의 고객이탈 문제가 부담이 될 수 밖에 없다"면서 "늦어도 2~3년 안에 고객이탈 문제가 수면 위로 부상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국민은행의 자산건전성에 대한 우려도 높다. 실무 은행장으로 정평이 난 강 행장이지만 보다 확실한 미시적 경영전략을 수립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과거 무리한 펀드 판매에 나서다 보니 질적으로 부실할 수 밖에 없었다는 평가도 짐이다.
황영기 KB금융지주 회장과의 불편한 관계는 강 행장이 여전히 풀어야 할 숙제다.
지난해 지주사 출범식을 비롯해 최근 공식석상에서 두 사람이 좋은 모습을 보여주려 애쓰고 있지만 금융권 관계자들은 강 행장과 황 회장 사이에 여전히 냉기가 흐르고 있다고 지적한다.
노조와의 앙금도 여전하다.
국민은행 노조 관계자는 "행장 스스로도 의사소통이 부족하다고 느끼고 있다"면서 "노조와 진솔한 의미에서 얘기를 해야 하는데 아직 역부족인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노조와 소통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못하다보니 국민은행의 생산성 역시 크게 악화되면서 지난해 1인당 생산성은 5822만원으로 급감했다. 1억원대를 기록한 신한은행에 비하면 절반 수준이다.
4분기 적자 여파에다 전년 투자 자산 부실과 기업 구조조정에 대비해 충당금을 많이 쌓았다고 해도 전년에 비해 반토막날 정도로 생산성이 악화된 것은 지나치다는 평가다.
강 행장이 글로벌 뱅크로의 도약을 외치고 있지만 국민은행의 해외 자산 비중이 4대 시중은행 중 최하위 수준인 1%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는 점도 해결해야 할 과제다.
지난해 6억3500만달러를 투자해 30.5%의 지분을 인수한 카자흐스탄 센터크레딧뱅크(BCC)는 주가가 80% 이상 급락하면서 도움이 되기는커녕 짐만 키운 꼴이 됐다.
강정원 국민은행장의 올해 경영 방향은 '뉴 스타트 경영'이다. 은행의 효율성을 강조하는 '효율 경영',속도를 중시하는 '스피드 경영', 현장을 중시하는 '현장 경영, 창의력을 강조하는 '창조 경영'이 강 행장이 강조하는 뉴 스타트 경영의 골자다.
강 행장의 바람처럼 국민은행이 국내 리딩뱅크에서 아시아 최고 은행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뉴 스타트 경영 만으로는 부족하다.
강 행장이 취임 2년만에 불친절하다는 원성이 자자했던 국민은행을 국가고객만족도(NCSI) 3년 연속 1위로 끌어 올린 것과 세계적인 3대 신용평가사 S&P, 무디스, 피치로부터 시중은행 중 유일하게 국가등급과 동일한 신용등급을 부여받을 수 있도록 한 것은 고무적이다.
금융권 고위 관계자는 "강정원 행장이 국민은행을 진정한 리딩뱅크로 이끌어가기 위해서는 보다 적극적이고 포용적인 자세를 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민태성 기자 tsmin@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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