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종합상사 알짜사업, 그만 가져가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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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9-03-11 1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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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업계에서는 SK텔레콤이 KT-KTF와 유·무선통신사업의 일대 승부를 앞에 두고 SK네트웍스의 통신부문 사업을 가져간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KT-KTF 합병에 맞서 적자구조인 SK브로드밴드를 합병하려는 SK텔레콤이 지난해 수익률 27.5%에 달하는 알짜사업인 SK네트웍스의 통신사업을 가져오게 되면, 규모확대는 물론 수익성도 개선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이 같은 조치는 SK그룹, 심지어는 국가 차원에서의 신사업 육성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

이창규 SK네트웍스 사장은 지난 1월 취임 후 올해의 경영 키워드를 서바이벌로 잡고 “기존 사업을 유지하면서 새로운 성장 엔진을 찾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전체 순익(4151억원)의 1/4(1376억원)이 넘는 알짜 수익사업을 넘겨준다면 안그래도 위기경영을 표방한 SK네트웍스의 신사업 추진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 수 없다.

2000년대 들어 각 종합상사들은 계열사에 사업부문을 양도하기 시작했다. 이미 안정적으로 성장한 많은 사업부문이 계열사로 옮겨졌다.

업계 관계자는 “상사가 시장을 개척해 놓으면 제조업체가 가져가는 것이 보통이다”라며 “때문에 상사는 계속해서 신사업을 찾을 수 밖에 없는 운명”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 같은 행보는 그룹 전체의 ‘정보력’과 이에 따른 ‘미래사업’에 힘을 빼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종합상사는 예전에 비해 규모는 축소됐지만 여전히 왠만한 국가의 정보기관보다 더 높은 정보력을 갖고 있다”며 “종합상사는 그룹은 물론 국가 차원의 미래산업들을 추진할 수 있는 핵심 동력”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정보력을 바탕으로 미츠비시상사, 미츠이물산 등 일본 종합상사은 해외의 자원개발, 세계 각지의 대형 프로젝트 오거나이징 사업을 달성, 국내의 10~20배가 규모로 성장했다. 특히 이 같은 성장은 전체 매출의 50%에 달하는 안정된 내수 시장이 밑받침됐다.

매출 기준 업계 1위인 SK네트웍스를 비롯한 국내 종합상사 역시 지난 수년 간의 꾸준한 투자로 최근 자원개발사업 등 신사업이 본격적인 성과를 내고 있다. 이런 와중에 주요 수익사업 이관으로 인해 미래사업에 지장이 있지 않을까 걱정된다.

김형욱 기자 nero@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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