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협상 실현 가능성 놓고도 의견 엇갈려
미국 정부가 사실상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의 재협상 필요성을 공식 표명함에 따라, FTA 재협상 우려가 현실로 다가왔다. 한국은 여전히 재협상은 불가하다는 원칙을 고수하고 있어 한미간 FTA 비준 처리를 놓고 적잖은 진통이 예상된다.
또 이미 양국이 타결한 FTA에 대한 재협상이 실제로 가능한지 여부를 놓고도 의견이 엇갈리고 있어 향후 논란이 거세질 전망이다.
론 커크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 지명자는 9일 한미 FTA와 관련, “현 상태로는 수용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 1월 클린턴 국무장관이 미 상원 외교위원회 인준청문회에서 “오바마 당선인은 부시 행정부가 협상했던 한미 FTA를 반대했고 지금도 계속 반대 입장”이라고 말하면서 재협상 필요성을 강조한데 이어 나온 두 번째 공식 발언이다.
앞서 USTR도 의회에 보낸 보고서에서 오바마 행정부가 파나마와 체결한 FTA를 상대적으로 조속히 의회 승인을 받기를 바라며 한국과 콜롬비아와 체결한 FTA를 진전시키기 위한 벤치마크(기준)를 만들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런 미국의 움직임에 대해 전문들은 한미 FTA가 비준되기 위해선 재협상 내지 추가협상이 필요하다는 점을 명시적으로 밝힌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배성인 한신대 교수는 “아직 공식입장이 나오진 않았지만 오바마 정부는 자동차, 환경, 노동 부문 등에 대해 재협상 내지는 추가협상을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이에 맞서 정부와 한나라당은 FTA 재협상 불가 원칙을 천명하면서 선비준을 통해 미국을 압박할 태세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10일 커크 지명자의 발언과 관련, “내정자의 발언을 미국 정부의 공식 입장으로 볼 수 없다”며 “상황을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신중론을 폈다.
한나라당 홍준표 원내대표는 이날 “상임위에서는 4월 전에 처리하겠다고 이미 1월에 약정했다”며 “한미 FTA는 미국 의회의 움직임과 상관없이 한국 의회에서는 독자적으로 판단해 처리할 것”이라면서 ‘선 비준론’을 고수했다.
박재완 청와대 국정기획수석도 최근 “한미FTA는 한미 양국의 국익에 균형을 맞춰 협상이 타결됐다”며 ‘재협상 불가론’을 밝힌 바 있다.
이런 가운데 양국이 이미 2007년6월 협상을 타결하고 서명한 FTA에 대한 재협상의 실현가능성을 놓고 의견이 분분했다.
이준규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미주팀장은 “미국이 국제통상 체제나 관례를 무시한 채 FTA 재협상 요구를 하지 못할 것”이라고 말한 반면, 이시욱 한국개발연구원 연구위원은 “FTA는 세계무역기구(WTO)에서도 예외적으로 허용하는 양자협정이기 때문에 재협상이나 추가협상은 미국측이 요구하는 한 가능하다”고 말했다.
송정훈 기자 songhddn@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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