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신증권은 DS투자은행이란 이름을 쓸 수 없다. 현행 은행법과 상표법에 어긋나기 때문이다."
자본시장법 시행으로 국내에서도 골드만삭스와 같은 세계적인 투자은행(IB)이 나올 것으로 기대됐으나 증권사가 낸 상표등록 출원을 당국은 이렇게 거절했다. 국내 증권사는 투자은행이란 이름조차 쓸 수 없는 셈이다.
10일 정부와 증권업계에 따르면 대신증권은 작년 6월부터 회사명을 DS투자은행으로 바꾸기 위한 상표등록 출원을 법무대리인인 KBK특허법률사무소를 통해 추진해 왔으나 전달 20일 당국인 특허청으로부터 거절의견을 받았다.
특허청은 출원에 대한 거절 이유로 "DS투자은행이란 상호에서 DS는 알파벳 두 자로 구성이 간단하다"며 "투자은행도 (은행과 구별할 수 있는) 식별력이 없다"고 밝혔다.
현행 상표법은 간단하고 흔한 표장만으로 된 상표와 수요자가 업무영역을 식별할 수 없는 상표는 등록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은행법도 대신증권이 DS투자은행이란 이름을 쓰는 데 걸림돌이 됐다. 현행 은행법은 한국은행과 금융기관(은행)이 아닌 자가 상호에 은행이란 문자를 사용하는 것을 막고 있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은행법상 증권사가 투자은행이란 상호를 사용하는 것은 금지돼 있다"며 "향후 업계로부터 의견을 수렴해 이를 보완할 여지가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자본시장법은 증권사가 투자은행 업무를 할 수 있도록 제도적인 뒷받침을 하고 있지만 은행법과 상표법은 달라진 금융환경을 반영하지 않고 있는 셈이다.
결국 바뀐 환경에 맞춰 DS투자은행으로 거듭나려 했던 대신증권은 사업계획에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이번 상표등록 출원이 받아들여졌다면 대신증권은 1962년 창립 이래 48년만에 사명을 바꾸고 자본시장법 시행으로 다양해진 업무영역에서 대대적인 사업확장에 나설 계획이었다.
대신증권은 "DS투자은행에서 DS는 영문 이니셜로 대신(Daishin)을 뜻해 일반인이 식별하는 데 어려움이 없고 상호에 투자은행을 써도 대신증권주식회사로 인식돼 당국이 등록을 불허할 이유가 없다"는 내용을 담은 의견서를 특허청에 다시 제출한 상태다.
특허청은 의견서를 검토한 뒤 오는 5월까지 결과를 통지할 예정이지만 현행 은행법과 상표법이 바뀌지 않는다면 다시 거절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서혜승 기자 harona@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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