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FTA재협상, 이렇게 주고 받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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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9-03-11 0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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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대 불가 원칙 고수, 재협상 입지 좁혀야
‘주고받기’ 협상…자동차 양보, ISD 등 철폐

미국 오바마 정부가 최근 한미 FAT(자유무역협정)에 대해 사실상 재협상 추진 의사를 밝힘에 따라 향후 어떤 식으로 ‘주고받기’ 협상이 진행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선 재협상 불가, 후 주고받기’식인 단계적인 한미 FTA 재협상 전략을 마련해 대응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미국이 자동차 부문 시장 개방 폭 확대, 쇠고기 시장 전면 개방 등을 요구할 경우 이를 양보하는 대신, 여타 다른 부문에서 우리의 입장을 관철시켜 ‘이익의 균형점’을 찾아야 한다는 주장이다.

◆‘재협상 부당성’ 설파로 명분 쌓아야

전문가들은 우선 ‘재협상 불가론’을 강력하게 밀고 나가면서 재협상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준규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미주팀장은 “지난 2006년 당시 타결된 FTA는 미국의 신통상정책의 내용을 충분히 반영한 것으로 이와 유사한 미·페루 FTA에 대해 당시 상원의원이던 오바마 대통령도 노동·환경 부문 등에 대해 만족감을 표시했다”며 “한국 정부는 재협상 불가 원칙을 과감하게 고수해나가면서 미국을 압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 팀장은 그러면서 “재협상 불가 원칙 고수로 최대한 명분을 쌓고, 미국측의 요구 강도도 약화시켜야 한다”고 덧붙였다.

최병일 이화여대 국제대학원장은 “자동차 문제에 대해 FTA 차원이 아닌 원활한 구조조정, 무역조정지원제도 활용 등 미국 자체적으로 해결하라고 압박할 필요가 있다”며 “그래야만 재협상의 손실을 최소화 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자동차 대 세부 2-3 조항 ‘주고받기’

이 같은 대응으로 재협상의 부당성을 적극 알린 다음에는 본격적인 주고받기 협상에 대비해야 한다.

전문가들은 자동차 부문의 관세 장벽을 낮춰주고 시장 개방 폭을 늘려주는 대신, 미국의 보호무역주의회귀 방지나 GM 등 자국기업 지원금지 등의 약속을 받아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시욱 한국개발연구원 연구위원은 “미국에 자동차 부문을 양보하는 대신, 미국의 자국산업 보호방침에 대한 견제를 우리 정부가 할 수 있어야 한다”며 “‘바이 아메리카’ 조항 등 보호무역주의로 회귀하는 것에 대한 방지책도 우리가 받아야 할 부분”이라고 말했다.

이 연구위원은 특히 “가령, ‘자동차-섬유’ 등에 대한 포괄적 빅딜 가능성은 희박하다”며 “이익의 균형점을 면밀히 분석해 자동차를 포기하는 대신 2∼3개의 세부항목을 맞교환하는 전략을 취할 필요가 있다”고 주문했다.

미국측에 자동차 시장 관세를 완화하는 대신 우리측은 섬유부문의 즉시 관세철폐 품목을 다소 줄이거나 농업부문의 세이프 가드(긴급수입제한조치) 수준을 높이는 식으로 협상의 균형을 맞춰야 한다는 설명이다.

◆‘자동차 대 ISD 등 독소조항 ’ 빅딜

이와 함께 논란이 됐던 투자자-국가소송제(ISD) 등을 FTA에서 제외하는 등 적극 이익을 취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배성인 한신대 교수는 “ISD의 경우 초국적기업이나 미국 투자자가 한국의 관행 등을 문제 삼아 국제사법기구에 거액의 소송을 제기하는 일이 빈번해질 수 있어 논란거리였다”며 “재협상 시 호주가 정책주권을 이유로 미국과의 FTA에서 ISD를 도입하지 않은 사례를 적극 거론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외에 전문가들은 한 번 개방된 수준을 되돌릴 수 없게 한 역진방지조항(ratchet)이나 쌀 관련 16개 제품을 제외하고 모든 농산물의 관세를 철폐키로 한 농업분야 등에 대해서도 적극적으로 우리의 입장을 관철시켜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송정훈 기자 songhddn@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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