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물가상승률이 6년만에 처음으로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디플레이션 우려가 한층 가중되며 중앙은행의 추가 금리인하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10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이날 중국 국가통계국은 2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전년 동월 대비 1.6% 하락했다고 밝혔다. 이는 블룸버그통신 전망치(-1%)를 크게 밑도는 것으로 디플레이션 조짐을 보이고 있는 아일랜드나 대만, 태국보다도 낮은 수치다.
중국의 CPI가 마이너스를 기록하기는 지난 2002년 12월 이후 6년만에 처음이다.
품목별로는 CPI 구성 항목의 3분의 1을 차지하는 식료품 가격이 1.9% 떨어지며 하락세를 주도했다. 특히 돼지고기 값은 일년새 무려 18.9% 하락했다. 글로벌 경기 침체로 수요가 줄어든 금속과 원유 등 원자재 가격도 약세를 기록해 식료품 이외의 항목도 가격이 1.2% 내렸다.
생산자물가지수(PPI)는 3개월 연속 마이너스를 이어가며 낙폭을 확대했다. 2월 PPI는 10년래 최대폭인 4.5% 후퇴했다.
NBS는 성명을 통해 "원자재가 하락에 설 연휴와 지난해 크게 오른 식료품 가격 등 일시적인 요인 탓에 소비자 물가가 물가상승률을 낮췄다"며 "아직 중국 경제가 디플레이션에 진입했다고 결론 내릴 단계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CPI와 PPI가 모두 마이너스 행보를 보이자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중국 경제가 저성장 속에 물가가 하락하는 디플레이션 국면에 진입하고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에 따라 중앙은행인 중국인민은행이 추가적인 금리 인하에 나설 가능성도 높아졌다. 중국은 리먼브라더스 파산 등으로 세계 금융위기가 본격화한 지난해 9월 이후 5차례에 걸쳐 금리를 2.16%포인트 낮춘 바 있다.
징 울리히 JP모간체이스 중국주식담당 회장은 "일시적인 디플레이션이 우려된다"며 "디플레이션 확산을 막으려면 중국 정부는 기준금리와 지급준비율을 낮추고 소비진작을 위한 추가 조치를 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왕타오 UBS중국 이코노미스트도 "일시적인 디플레이션에 직면한 중국 정부는 소비와 생산을 촉진할 것"이라며 "중국 정부로서는 전기와 수도 등 공공요금을 인상할 적기를 맞았다"고 말했다.
반면 선밍춘 노무라홀딩스 이코노미스트는 "중국 정부의 경기부양책이 물가상승을 유발할 것이기 때문에 소비자물가가 하락하더라도 중국이 공격적인 금리 인하에 나설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말했다.
김신회 기자 raskol@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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