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헤지펀드에 분산 투자하는 '펀드 오브 헤지펀드' 업계의 자금 운용 규모가 30%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발 금융위기로 글로벌 증시가 휘청이고 기업들의 수익이 저하된 데다 미국 사상 최대 규모의 버나드 매도프 금융사기가 적발되는 등 투자환경이 급속히 악화된 탓이다.
파이낸셜타임스는 10일(현지시간) 펀드정보지 인베스트헤지를 인용해 지난해 6월에서 연말까지 1조 달러가 넘던 펀드 오브 헤지펀드 업계의 운용자금 중 3000억 달러가 유출됐다고 보도했다. 6개월새 전체 자금의 30%가 시장에서 빠져 나간 셈이다.
투자자들이 자금을 거둬들이자 10억 달러 이상을 운용하던 펀드 가운데 지난해 문을 닫거나 자금 규모가 10억 달러 아래로 추락한 펀드만 27개에 달했다.
신문은 매도프의 금융사기 사건으로 인한 손실로 지난해 말 펀드 오브 헤지펀드 수익률이 전년대비 16.63% 하락하자 투자자들이 대거 자금을 거둬들인 것으로 분석했다.
니키 나타라잔 인베스트헤지 편집장은 "펀드 오브 헤지펀드에서 자금이 대거 유출된 것은 진입장벽이 높아졌다는 의미"라며 "이제는 실질적인 목표 아래 장기적인 안목으로 하는 투자가 대세가 됐다"고 말했다. 그는 "펀드 오브 헤지펀드의 자금 유출은 불필요한 자금을 걸러내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과정"이라고 덧붙였다.
업계에서 30%에 달하는 자금이 빠지자 펀드 운용사별 순위도 뒤바꼈다. 업계 1위는 340억 달러의 자금을 운용하는 UBS글로벌어셋매니지먼트가 재탈환했다. 지난해 중순 UBS를 제치고 1위에 올랐던 UBP(330억 달러)가 뒤를 이었다. 이어 HSBC(319억 달러)가 3위, RMF투자운용사, 글렌우즈캐피탈투자, 맨글로벌전략사를 포함하고 있는 맨그룹(266억 달러)이 4위를 차지했다.
한편 리서치업체인 옵션스그룹에 따르면 헤지펀드들은 올해 전체 인력의 14%에 달하는 2만여명을 감원할 계획이다. 펀드로 유입되는 자금이 줄어들고 있는 데다 고객 감소로 수수료 수입도 예전만 못하기 때문이다.
마이클 칼프 옵션스그룹 최고경영자(CEO)는 "현재 모든 금융기관들이 몸집을 줄이고 있는 가운데 헤지펀드도 예외가 될 수 없다"며 "자금회수가 본격화하면서 업계 내 인수·합병(M&A) 등의 구조조정도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그는 "지역을 막론하고 수익을 내지 못하거나 뛰어난 영업전략을 내놓지 못하는 사람들은 모두 해고됐다"고 덧붙였다.
이 회사 조사로는 해고된 이들은 대부분 영업과 마케팅, 사무관리, 거래 부문 직원들이었고 지역별로는 미국 뉴욕과 영국 런던에서 해고된 이들이 가장 많았다.
신기림 기자 kirimi99@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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