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외국계 항공사에 근무하는 신씨(32)는 지난해 국민은행에서 교통카드를 발급받았다. 첫 달 카드 명세서를 받아 본 신씨는 사용액이 예상보다 적은 데다 명세서 하단에 '최소결제금액'이라는 생소한 문구가 있어 의아했지만 대수롭지 않게 넘어갔다.
그러나 1년 뒤 카드명세서를 꼼꼼이 살펴본 그는 이월금이 540만원에 달하고 80만원 가량의 수수료까지 냈다는 사실에 경악했다. 본인도 모르는 사이에 KB카드의 리볼빙 서비스인 '페이플랜'에 가입돼 있었던 것이다. 신씨는 국민은행을 방문해 강력하게 항의했지만 은행 측은 우량 고객에게 제공하는 일반적인 서비스라며 발뺌을 했다.
#2)게임 업종에 종사하는 김씨(31)도 지난해 초 KB카드를 발급받는 과정에서 본인 동의없이 페이플랜에 가입됐다. 그러나 은행 측은 자동으로 가입되는 서비스이기 때문에 설명할 필요가 없다는 입장만 되풀이하고 있다. 카드 신청서를 확인한 김씨는 페이플렌 본인 확인란이 누군가에 의해 대신 채워져 있는 것으로 보고 할 말을 잃었다.
국민은행이 KB카드 가입 고객의 동의도 받지 않고 리볼빙서비스인 '페이플랜(pay plan)'에 가입시키고 있어 소비자들의 불만이 높아지고 있다.
11일 금융감독 당국과 금융권에 따르면 국민은행은 카드사업 부문의 수익채널 확충을 위해 최저 7.9%에서 최고 27.4%의 수수료가 부과되는 페이플랜 서비스를 무분별하게 확대하고 있다. 카드 사용액 결제에 어려움을 겪는 고객을 돕기 위해 만든 서비스를 악용해 수익 창출의 도구로 활용하고 있는 셈이다.
국민은행이 고객의 동의 없이 이 서비스를 자동 적용하는 바람에 KB카드 고객들은 이월금이 매월 늘어나고 막대한 수수료까지 물고 있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다.
페이플랜 서비스 가입 고객인 최씨(30)는 "이 서비스는 고정적으로 월급이 나오는 직장인들에게 불필요한 서비스임에도 자동 가입됐다"며 "은행 멋대로 가입시켜 놓고 18%에 달하는 수수료를 내라고 요구하는 것은 말도 안 된다"고 지적했다.
인터넷에 페이플랜에 관련된 불만을 알린 한 네티즌도 "통장에 잔고가 충분한데도 매월 5~10만원씩만 인출되고 나머지 사용액은 이월돼 벌써 이월금이 400만원에 이르렀다"며 "지금까지 영문도 모른 채 매월 12만원 가량의 수수료를 물고 있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카드사들은 리볼빙 서비스 등을 적용하려면 반드시 고객 동의을 얻어야 하고 서비스에 대한 상세한 설명을 제공해야 한다. 카드사는 이 같은 내용을 약관에 명시하고 준수해야 한다.
노시원 금융감독원 여신전문 1팀장은 "카드사가 고객의 동의도 없이 임의로 리볼빙 서비스를 가입시켰다면 시정조치를 내릴 수 있다"며 "만약 고객이 수수료 등과 관련해 피해를 입었을 경우 지도 조치 및 수수료 반환 조치를 내릴 수 있다"고 말했다.
김유경 기자 ykkim@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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