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주에 걸처 생소한 용어들로 가득 찬 글들을 쓰다 보니 잠시 쉬어가고 싶은 생각에 화제를 바꾸어 볼까 합니다.
세계적으로 와인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지고 있는 만큼 각종 문화, 예술 분야에서도 와인을 다룬 작품들을 심심치 않게 볼 수가 있는데, 영화에서도 그 예를 찾아볼 수 있습니다.
먼저 2005년 초에 조용히 개봉됐다가 오히려 영화를 내린 후 더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받은 영화 사이드웨이즈(Sideways).
이 영화는 너무나도 다른 두 남자가 일상을 떠나 여행을 떠나는 과정 속에서 겪는 이야기를 담담하게 풀어갑니다. 여행을 하는 배경 또한 캘리포니아의 와이너리입니다.
두 주인공 역시 와인 양조용 포도품종인 까베르네 쇼비뇽과 피노누아로 비교되며, 실제로 이 영화가 개봉되고 피노누아와인 판매량이 급증 했다고 합니다.
“결혼 10주년에 마시려고 준비한 사또 슈발블랑을 이혼하는 바람에 못 먹고 아무튼 좋은 날 마시려고 하다 보니 못 마시고 있네… 그걸 마시는 날이 멋진 날이야!” 란 대화를 나누는 장면이 나옵니다.
마지막에 가격으로 환산도 안 되는 귀한 ‘샤또 슈발블랑’(Ch. Cheval Blanc 1961)을 맥도날드에서, 그것도 몰래 콜라 컵에 따라 마시던 주인공의 모습이 절대 잊을 수 없는 장면으로 남은 영화입니다.
프랑스와인의 우월감(?)이 지배적 이었던 1976년, 프랑스는 자국의 9명으로 구성된 와인평론가 및 생산자, 소믈리에 등이 프랑스와 미국의 와인 14종을 블라인딩 테이스트 합니다.
그 결과 놀랍게도 레드, 화이트 모두 미국 와인이 1등을 하게 된 사건(파리의 심판이라 불리는)이 있었는데, 이를 다룬 영화가 ‘와인 미라클’(Bottle Shock)입니다.
‘파리의 심판’ 당시 화이트 와인부문 1등을 한 샤또 몬텔리나(Ch. Montelena 1973)가 만들어 지기까지의 에피소드를 그린 영화로 원제목인 ‘와인 쇼크’란 제조 과정 중의 부주의로 인해 병 입 전 향이나 맛, 심하게는 색깔 등이 일시적으로 변하게 되는 현상입니다.
그리고 인기배우 러셀 크로우가 출연하여 화제가 된 ‘어느 멋진 날 순간’(A Good Year).
원재 ‘A Good Year’는 최적의 기후 조건으로 최고의 포도품종이 나온 해를 뜻하는데, 영화의 배경은 레드와인으로 유명한 프랑스의 남부 프로방스의 뤼베롱 지역입니다.
실제 프로방스에 와이너리를 소유하고 있는 ‘글래디에이터’의 리들리 스콧 감독이 러셀 크로우 와 다시 손을 잡고 제작한 영화입니다.
잘나가던 증권가의 맥스는 어린 시절 삼촌과 함께 지내던 와인농장을 삼촌의 부고와 더불어 상속받게 되면서 어린 시절을 기억하며 훌륭한 와이너리로 만들어가는 과정을 그린 이야기로 프로방스의 아름다운 풍경을 한껏 즐길 수 있는 영화 입니다.
그 외에도 한밤중에 내린 서리로 포도 알이 얼어 버릴까 봐 불을 크게 피워놓고 마을사람들 모두가 커다란 부채로 해가 뜰 때까지 더운 바람을 불어주는 장면이 장관인 ‘구름 속의 산책’이 있습니다.
이처럼 와인을 주제로 만들어진 영화뿐 아니라 요즘에는 영화의 한 소재로도 와인이 자주 등장을 합니다.
거리의 사람들의 옷차림 속에서 벌써 봄을 느낄 수 있는 지금.
멋진 영화 OST와 함께, 조금 여유가 있다면 이런 아름다운 와이너리를 감상할 수 있는 영화 한 편을 보면서 와인 한잔을 하는 것도 이 봄 꽤나 낭만적이지 않을까요?
Joe1809@naver.com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