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2만달러 시대를 연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최악의 경우 올해 1만2000달러 수준으로 추락할 것으로 전망됐다.
11일 금융권과 민간 연구기관들에 따르면 전세계를 휩쓸고 있는 금융위기 여파로 경제성장이 급격히 둔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환율 역시 고공행진을 이어갈 경우 1인당 GDP 역시 상당한 타격을 받을 수 밖에 없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민간 연구기관들은 일반적으로 1인당 GDP가 1만5000달러선까지 후퇴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지만 상황이 악화될 경우 2007년 대비 절반으로 감소할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송태정 우리금융지주 경영연구실 수석연구위원은 올해 경제성장률이 -4.0%를 기록하고 물가 지표인 GDP 디플레이터는 2.1%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다.
송 연구위원은 환율은 1300원대로 안정될 것이며 1인당 GDP는 1만4690달러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이는 추계 인구를 4874만7000명으로 가정한 것이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지속되고 경제침체가 예상보다 악화되면서 성장률이 -6.0%까지 추락하고 환율이 1500원대를 이어갈 경우 1인당 GDP는 1만2472달러로 급감할 수 있다고 송 연구위원은 내다봤다.
정부의 경기부양 정책이 먹혀들어가고 글로벌 경기 역시 예상보다 빨리 회복하면 올해 1인당 GDP는 지난해와 비슷한 1만7715달러가 될 것으로 예상됐다. 송 연구위원은 1인당 GDP가 전년과 비슷한 수준을 기록하려면 성장률은 -2.0%, 환율은 1100원을 유지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1인당 GDP는 연평균 환율 1102.6원, GDP 성장률 2.5%로 감안할 때 1만7700달러로 추산됐다.
외국계에서 내다보는 국내 경제 전망은 훨씬 나쁘다는 점을 감안하면 1인당 GDP 역시 예상보다 크게 악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노무라증권은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이 -6.0%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으며 UBS가 -5.0%, 씨티은행 -4.8%, BNP파리바 -4.5%, 골드만삭스 -4.5%로 내다보고 있다.
원화 가치가 세계에서 가장 큰 폭으로 절하된 것도 우리나라 1인당 GDP에는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올들어 원화 가치는 16.7% 하락한 상태. 뉴질랜드 달러가 12.6% 하락했지만 우리보다 4%포인트 낮은 수준이며 호주 달러가 10.1%, 일본 엔화가 8.4%, 싱가로프 달러가 7.1%, 대만 달러가 5.5% 떨러졌다.
외국계 금융기관의 고위 관계자는 "올해 경제전망 자체가 워낙 불확실하기는 하나 미국을 볼 때 상당히 악화될 수 밖에 없다는 것은 기정사실"이라면서 "1인당 GDP 역시 예상보다 훨씬 나빠질 수 있다는 것을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일반적으로 1인당 GDP는 1인당 국민소득과 별다른 차이가 없다. 국민총소득(GNI)를 인구수로 나누고 GDP에 해외 임금 등 국외순수취 요소소득을 더한 것이 1인당 국민소득이다.
우리나라의 1인당 GDP는 지난 1995년 1만1471달러를 기록하며 1만 달러 시대를 열었지만 3년뒤인 1998년 외환위기에 휘말리면서 7477달러로 급감, 1만 달러 시대가 무너졌다.
2000년 1만888달러로 회복한 뒤 2002년부터 매년 2000~3000 달러씩 늘어나면서 2007년 2만15달러를 기록하며 2만달러 시대에 진입한 바 있다.
민태성 기자 tsmin@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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