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의 경기침체가 장기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독일과 영국, 프랑스 등 주요 국가의 경기지표가 휘청이고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특히 유럽 최대 경제 대국인 독일의 수출이 급감하고 있다는 데 큰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영국과 프랑스의 산업생산도 큰 폭으로 줄었다. 이 때문에 유럽 경제가 올 4분기 안에는 바닥을 찾을 것이라던 전망이 불투명해지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獨ㆍ英ㆍ佛 경기지표 '빨간불' = 독일 연방 통계청은 이날 지난 1월 수출이 지난해 같은달에 비해 20.7% 줄었다고 밝혔다. 이는 16년만에 가장 큰 폭으로 감소한 것으로 독일의 수출실적은 4개월째 줄고 있다.
도미니크 브리안 BNP파리바 이코노미스트도 "독일의 1분기 경제상황이 전반적으로 악화됐다"며 "국내총생산(GDP)도 직전 분기 대비 2.1% 감소했던 지난 4분기만큼 좋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영국과 프랑스의 경기지표도 심상치 않다. 이날 영국 국가통계청에 따르면 1월 영국의 제조업 생산은 지난해 1월에 비해 12.8% 감소했다. 지난 1981년 1월 이후 가장 가파른 감소세다. 제조업 생산은 영국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4.3%에 달하지만 11개월째 위축되고 있다.
프랑스 국가통계국도 이날 1월 공장 생산이 전달보다 3.1% 감소했다고 밝혔다. 일년 전에 비해서는 13.8%나 줄었다. 이는 지난 1991년 이후 최대폭 감소한 것으로 자동차와 기계 부문이 크게 위축됐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프랑스 투자은행 나티시의 장 크리스토프 카페 이코노미스트는 "오늘 발표된 수치는 올 1분기 프랑스 경제 성장에 악재가 될 것"이라며 "제조업 생산이 급감한 것은 특히 외국의 주문이 크게 줄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프랑스의 무역수지 적자 규모는 지난해 12월 29억5000만 유로에서 올 1월 45억5000만 유로로 확대됐다.
◇유럽도 '제로금리'로 가나 = 유럽 주요국의 경기지표가 크게 악화되자 유럽중앙은행(ECB)이 금리인하에 나서야 한다는 주장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ECB도 올해 유로존 16개 국가의 GDP가 지난해에 비해 2.75% 감소할 것이라고 점치며 추가 금리인하 가능성을 내비치고 있다. 앞서 ECB는 지난 5일 기준금리를 2.0%에서 1.5%로 0.5%포인트 낮췄다. 이는 지난 1999년 ECB 창설 이후 10년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하지만 ECB가 미국이나 영국, 일본처럼 기준금리를 0%대로 낮춰야 할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린다. 로렌조 비니 스마기 ECB 집행이사는 이날 디플레 위협과 경기침체 우려가 심화되면 기준금리를 0%까지 낮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악셀 베버 이사는 금리를 더 낮추더라도 1% 미만은 곤란하다는 입장이다. ECB가 그동안 기준금리를 계속 인하해 시장 금리를 매우 낮은 수준으로 끌어 내렸던 만큼 기준금리를 1%로 낮추더라도 중앙은행 예금금리는 0.5%로 유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일반 대출 금리 설정에 영향을 주는 중앙은행 예금금리는 통상 ECB 기준금리보다 1%포인트 낮다.
베버 이사와 비니 스마기 이사는 저금리 기조를 언제까지 유지할지에 대해서도 다른 의견을 제시했다. 베버 이사는 경제상황이 충분히 개선되면 조속히 기준금리를 올려야 한다고 주장하는 반면 비니 스마기 이사는 경기가 회복되더라도 당분간 저금리 기조를 유지해야 투자자들의 장기투자를 촉진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정은선 기자 stop1020@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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