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여당이 추진 중인 비정규직 고용기간을 2년에서 4년으로 늘리자는 취지의 비정규직법 개정안이 뚜렷한 방향성을 잃은 채 헤매고 있다.
당초 한나라당 정책위 중심으로 추진됐던 것이 여론수렴 미비, 당정 내부 엇박자 등으로 결국 노동부로 공이 넘어가는 등 ‘부침의 역사’를 거듭 중이다.
이에 노동부는 12일 개선책을 내놓았으나 다른 현안에 밀려 현재로선 최종 국회통과 여부도 불투명한 상황이다.
◆“무엇이 문제인가”
당초 이 개정안은 지난 1월부터 의원입법 발의 형식으로 추진, 한나라당 정책위 주도 하에 2월 임시국회에서 통과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한국노총의 반대에 부딪힌 한편 야당은 물론 여당 내부에서조차도 동의를 얻지 못해 현재는 노동부 중심으로 정부입법 발의를 준비 중이다.
우선 여론수렴 실패의 경우 핵심 쟁점은 과연 정부여당이 추진하는 비정규직법이 ‘고용안정 효과로 이어지느냐’에 있었다.
당시 한나라당은 “사용기간 제한 2년이 만료되는 오는 7월을 앞두고 기간제 노동자 1백만명 이상이 해고가 될 것이기에 이를 구제해야 한다”며 “기간제 노동자 사용기간 제한 2년을 3~4년으로 연장하고 간접고용이나 차별시정 관련사항은 정책적으로 풀어나간다”는 입장을 피력했었다.
이에 당과 정책연대를 맺은 한국노총이 ‘법안에 실효성 자체가 없다’며 반대하고 나섰다.
한노총이 내세운 논리는 비정규직 일자리 감소는 경기악화가 주 원인이지, 비정규직법과 무관하다는 것이다. 우선 고용기간이 4년으로 연장된다 해도 경기부진으로 신규채용을 정규직으로 전환시킬 기업은 거의 없다.
또 규제완화에 대한 기대심리로 기간제한이 완화될 경우 정규직 전환을 준비하던 기업마저도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포기할 수 있다는 문제도 있다.
이에 따라 오히려 기업의 편법악용이 더욱 늘어나고 노사관계 악화 등 사회갈등만 더욱 조장한다는 게 한노총의 주장이다.
민주당 등 야당도 ‘고용안정을 한다고 오히려 비정규직만 더 양산하는 꼴’이라며 비판했고 관련분야에선 전문가인 김성태, 이화수, 강성천 등 여당의원들조차 “미봉책에 불과한 기간연장보단 정규직 전환 유도를 위한 기업 지원책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같은 이유로 광범위한 의견 포용에 실패한 채 의원들도 법안 발의 준비를 꺼리면서 결국 정부입법 발의 형식으로 떠밀려 졌다.
◆4월국회 처리도 깜깜
최종적으로 비정규직법이라는 시한폭탄을 떠맡게 된 노동부는 이날 ‘비정규직 고용안정 대책’을 다시 발표했다.
노동부가 이날 발표한 대책은 기간제 고용기간과 파견기간을 최장 4년으로 연장한다. 또 ‘비정규직 고용개선 특별조치법’을 제정, 기업이 자율적으로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경우 4대 사회보험료의 절반을 2년간 지원하는 방식으로 사업주의 부담을 덜어준다는 내용이다.
노동부 관계자는 “차별신청기간을 현행 3개월에서 6개월로 늘려 근로자의 차별시정 신청 기회를 확대하겠다”며 “3천460억 원을 투입하여 최소 20만명 이상이 정규직으로 전환되는 혜택을 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 대책도 기존 정부여당의 입장과 별반 차이가 없어 4월 임시국회에서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또 4월 국회는 한미FTA비준안과 금산분리 완화(은행법), 미디어법 등 쟁점법안은 물론 말미에는 재보선까지 겹쳐 있어 제대로 된 협의는 고사하고 상정조차 할 수 있을지도 의문시 되고 있다.
한노총 김종각 정책본부장은 “이전이랑 다를 바 없으며 한노총도 무의미한 고용기간 늘리기는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이라고 부정적인 입장을 피력했다.
민주당 박병석 정책위의장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다는 입장엔 변함이 없다”며 “현 비정규직법 대로라면 상당한 토론을 거쳐야 할 것”이라고 4월 국회 진통을 예고했다.
안광석 기자 novus@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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