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박에 勞勞갈등에···'막장' 현대기아차 노조

임단협 유보로 파업 문턱까지 갔던 현대기아차 노조가 도박 사건과 내부 갈등으로 나락으로 떨어질 위기에 처했다. 지역노조 전환을 둘러싸고 노노갈등이 불거진 데다 잇따른 도박 사건으로 도덕성에 치명타를 입었기 때문이다.

기아차 노조 조합원 200여 명으로 구성된 ‘기아차 노조 사수 대책위원회’는 12일 노조를 해체하고 민노총 금속노조 지역지부로 편입하려는 집행부의 결의에 대한 노조원들의 의견을 구하기 위해 17일 조합원 총회를 소집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대책위는 총회 소집 뒤 23일부터 다음달 3일까지 전국 각 사업장에서 기아차 노조 소속 변경에 관한 찬반 투표를 할 계획이다.

박홍귀 대책위 의장은 “금속노조 집행부가 3만4000명 조합원들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지역노조 전환을 결정해 이 문제를 논의하고자 (집행부에) 총회 소집을 요구했으나 거부했다”며 “기아차 노조의 상급단체 소속 변경에 관한 건은 노조규약 변경 사항이기 때문에 조합원 투표를 거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기아차 노조 집행부는 대책위의 총회소집 추진 방침에 대해 금속노조와 기아차 지부를 무시하는 규약위반이고 노조의 근간을 흔드는 중대한 도전행위라며 반발하고 있다.

김종봉 노조 선전실장은 “임금협상 등 중요한 시기를 앞두고 노노갈등을 조장하려는 대책위 측의 배경에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

한편 도박 사건으로 노조 집행부가 총사퇴하는 초유의 사태도 벌어졌다. 금속노조 현대차지부 소속 아산공장 위원회 집행부는 12일 올해 초 발생한 일부 노조 간부의 도박사건에 대해 책임을 지고 집행부 총사퇴를 결정했다고 선언했다.

김영상 아산공장 위원회 의장은 이날 ‘위원회 소식’에 게재한 담화문를 통해 “노조의 도덕성을 실추시키고 조합원의 불신을 야기한 문제와 관련해 집행부 총사퇴를 결정했다. 이번 사건으로 실추된 집행부의 지도력과 노조의 신뢰는 단기간에 다시 회복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번 도박문제를 계기로 아산공장 현장노동조직과 활동가(노동운동가)가 뼈를 깎는 심정으로 반성과 혁신의 기회로 삼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아산공장 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임금협상 기간에 지부장을 지낸 노조간부 A씨가 조합원들과 도박을 했고, 지난 1월 임시대의원대회에서 조합원 자격상실 징계를 내렸다고 한다. 그러나 이날 대의원대회 후 일부 노조 간부가 또다시 도박을 한 사실이 현장노동조직 대자보를 통해 알려져 도덕성 논란을 빚어왔다.

이에 대해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현대차의 노동 생산성이 도요타의 52% 수준인 상황에서 노조가 생산성 강화에 나서도 부족한 마당에 노노갈등에 도덕성까지 도외시한 것은 심각한 문제다”라며 “글로벌 경기침체인 만큼 이럴 때 일수록 노조가 스스로를 가다듬어 자중하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훈기 기자 bom@ajnews.co.kr
변해정 기자 hjpyun@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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