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돈'의 도피처 역할을 해온 유럽의 소국 리히텐슈타인과 안도라 공국이 국제사회의 압박에 굴복, 은행비밀 관련 법규를 완화하기로 했다.
특히 비밀주의 전통을 고수해온 스위스도 전면 재검토 작업을 벌이고 있으며, 조만간 개혁안을 공식 발표할 예정이다.
리히텐슈타인은 12일 세금 협력에 관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기준을 따를 것이라고 밝혔다.
리히텐슈타인은 이날 성명을 통해 "세금 문제에 있어 투명성과 정보 교환에 관한 OECD 기준을 수용한다"고 말했다.
리히텐슈타인은 탈세 사건 등이 발생할 경우 관련 은행계좌 정보를 외국 장부 당국에 제공할 수 있도록 외국 정부와 양자 협상을 벌일 방침이다.
알로이스 리히텐슈타인 왕세자는 "스위스도 가까운 장래에 유사한 조치를 취할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리히텐슈타인, 모나코와 함께 세계 3대 조세피난처로 꼽히는 안도라 공국도 은행비밀법을 폐지하기로 했다.
안도라 공국의 알베르 팽타 총리는 12일 프랑스 파리에서 프랑스 관리들과 회담을 갖고 은행비밀법 폐지를 골자로 하는 약정서에 서명했다고 엘리제궁과 안도라 정부가 이날 밝혔다.
안도라 정부는 약정서에 따라 늦어도 오는 11월 15일까지는 의회의 승인을 거쳐 은행비밀법을 완전히 폐기할 계획이다.
리히텐슈타인과 안도라의 은행비밀법규 완화 조치는 글로벌 금융위기 속에서 조세피난처로 악용되는 국가들에 대해 엄격한 제재를 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나온 것이다.
내달 2일 영국 런던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도 조세피난처가 주요 의제로 논의될 예정이다.
특히 독일, 미국 등 서방 주요국들은 스위스가 탈세의 온상이 되고 있다며 압박하고 있다.
스위스의 고객 비밀주의는 스위스 최대 은행인 UBS가 지난달 탈세 혐의를 받고 있는 미국인 고객의 명단을 미 연방당국에 넘겨주면서 그 명성에 금이 간 상태.
스위스 당국은 현재 은행비밀법을 전면 재검토작업을 하고 있으며 13일 회의를 열고 개혁안을 제시할 예정이다.
이와 관련, OECD는 스위스를 비롯해 룩셈부르크, 오스트리아, 홍콩, 싱가포르 등 30여개국으로 구성된 '비협조적인' 조세피난처 목록을 마련했다고 프랑스 일간지 르 피가로가 12일 보도했다. 현재 OECD 조세피난처 블랙리스트에 올라 있는 국가는 리히텐슈타인, 모나코, 안도라 공국 3개국.
국제구호단체 옥스팜은 부자들이 조세피난처로 돈을 빼돌리면서 개발도상국들이 연간 1천240억달러 상당의 세금을 걷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는 이들 개발도상국에 대한 연간 해외원조액인 1천30억달러보다 많은 금액이라고 옥스팜은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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