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영 전 통일부 장관의 4.29 재보궐 선거에서 전주 덕진 출마선언을 두고 정치권이 술렁이고 있다.
민주당은 정세균 대표 등 지도부를 중심으로 ‘내부갈등의 전조’라며 적극 저지한다는 방침인 반면 한나라당은 무관심한 태도를 취하면서도 상대당의 ‘표 분열 조짐’에 내심 쾌재를 부르는 모양새다.
◆정 전 장관 “국회가 제 역할 못하고 있어”
정동영 전 통일부 장관은 13일 “여야의 합리적 토론을 통해 국민의 의사를 제대로 반영해야 하는 국회가 제 역할을 못하고 있다”며 정 전 장관의 지지자모임인 ‘정동영과 통하는 사람들’을 통해 출마이유와 배경을 설명했다.
정 전 장관은 이날 “민주주의, 경제, 남북관계 등 모든 위기의 본질은 정치의 위기”라면서 “잘못된 행정 권력에 맞서 제대로 된 견제 기능을 해야 하는 의회민주주의를 지켜내야 한다”며 출마의 변을 했다.
그는 “이번 출마결정과 향후 자신의 정치에 대해 부정적 의견들이 있는 것을 잘 알고 있다”며 “어떠한 의견과 비판도 스스로가 감수하겠다. 국민을 위해 정치가 제 기능을 다할 수 있도록 의회민주주의를 지키는 최전선에 서겠다”고 밝혔다.
◆냉담한 민주
민주당은 정 전 장관의 출마에 벌집을 쑤셔놓은 듯 당혹스러워하는 눈치다.
민주당 내에서는 대선후보를 지내고 지난 총선 당시 수도권에 출마했었던 거물급 정치인이 당선이 보장된 고향에 출마하는 것은 부적절하며 격앙된 분위기 속에 공천 배제라는 극약처방이 필요하다는 발언까지 내놓고 있다.
정세균 대표는 "당의 책임있는 모든 분에게 '선당후사(先黨後私)'의 원칙이 중요한 덕목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사실상 부정적 입장을 피력했다.
송영길 최고위원도 "정 전 장관은 현재 서울 동작을 지역위원장인 데 당의 요청도 없이 임의로 다른 지역으로 옮기는 것은 원칙에 맞지 않다"고 지적했다.
◆정통 ‘복귀환영’, ‘무관심’ 한나라당
민주당 내 정 전 장관 측은 당내 기류를 예의주시하면서도 공천배제론 운운에 대해서는 적극 반박했다.
최규식 의원은 "지금은 거대여당의 독선과 독주로 위기에 빠진 의회민주주의를 구하기 위해 당이 총력을 모아야할 때"라며 "이런 때일수록 정 전 장관과 같은 당의 자산이 원내로 들어와 활력을 불어놓고 역량을 극대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동영과 통하는 사람들’(정통)도 환영의 뜻을 내비쳤다.
‘정통’은 “정 전 장관의 출마 결심은 그동안 그가 받아 왔던 많은 지지와 사랑에 대한 빚을 갚는 길인 동시에 당과 국민을 위해 무엇이 가장 옳은 선택인지를 신중하게 고민한 끝에 내린 최종 결정”이라며 “현 민주당 지도부와 그 측근들이 출마를 반대할 명분은 어디에도 없다”고 말했다.
한나라당은 정 전 장관의 출마에 대수롭지 않다는 반응이다.
한나라당 윤상현 대변인은 “정 전 장관의 출마는 전혀 새로울 것이 없다”며 “민주당이 정상적인 국정운영의 파트너로 태어날 수 있게끔 애써주시길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이보람 기자 boram@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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