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할 곳 없다"..발목 잡힌 국민연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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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9-03-15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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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민연금 기금이 진퇴양난의 처지에 놓였다.

   무려 236조원에 달하는 거대한 자금이 투자할 곳을 찾지 못해 완전히 발이 묶여 있는 상황이다.

   지난해 운용 수익률이 사실상 '본전치기'를 했지만 이런 답답한 상황이 계속된다면 올해는 국민연금 출범 이후 최초로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국민이 정부에 맡긴 돈을 축낼 위기에 처한 셈이다.

   이는 글로벌 금융 위기로 해외 주식과 채권의 수익률이 떨어져 해외 투자를 할 수 없게 된 가운데, 국내 채권 보유분은 이미 포화 상태를 넘었고, 국내 주식은 지분 5% 이상 종목의 공개를 의무화한 자본시장통합법 시행으로 더 사들이기가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해외 주식과 채권은 물론 국내 채권과 주식 어디에도 사실상 투자를 할 수 없는 상황이라는 의미다.

   15일 보건복지가족부와 국민연금 관계자에 따르면 현재 국민연금 기금의 자산배분 비율은 국내 채권 약 70%, 국내 주식 약 17%, 해외 채권 약 4%, 해외 주식 약 3.6%, 대체투자 6% 정도인 것으로 전해졌다.

   국내 채권의 경우 현재도 과도한 투자 비율을 더 늘리면 '포트폴리오 다변화'라는 투자 상식에 역행하는 것인데다, 연기금 뜻대로 국채 금리를 왜곡할 가능성마저 제기된다.

   해외 채권과 주식에 대한 투자는 주로 미국에 집중돼 있었는데 미국발 세계 금융 위기로 수익률이 급강하하면서 투자의 여지가 없는 상황이다.

   게다가 실물 자산에 대한 투자를 뜻하는 대체 투자의 길마저 막혔다.

   정부가 기업 간 구조조정 및 인수ㆍ합병(M&A)보다는 구조조정과 해고를 가능한 한 피하는 '잡 셰어링(일자리 나누기)' 쪽으로 정책 방향을 확정하면서 살 만한 물건이 나오지 않고 있다.

   최근 가격이 폭락한 해외 부동산을 사들이면 좋겠지만 그렇게 하려면 달러를 써야 하므로 안 그래도 좋지 않은 환율 상황을 악화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이 역시 불가능하다.

   이런 상황에서 유일하게 투자를 통해 수익을 올릴 방법은 여전히 가격이 내려간 국내 주식을 사는 것이지만 자통법이 암초로 작용하고 있다.

   지분율 5% 이상 종목을 매달 공개하도록 한 조항이 장기투자에 주력해야 하는 국민연금의 발목을 잡는 것이다. '주식시장의 큰 손'으로 불리는 국민연금의 투자 행태를 많은 투자자가 뒤쫓는다는 점에서 국민연금이 매달 '패'를 보여주고 게임을 한다면 장기적으로 수익을 내기 어렵기 때문이다.

   실제로 국민연금은 이런 점을 우려해 올해 국내 주식 투자 목표 비중을 사실상 줄일 방침이다. 복지부는 19일 전재희 장관 주재로 기금운용위원회를 소집해 국내 주식 투자 목표 비중의 변동 허용 범위를 ±7%포인트까지 확대해 국내 주식 투자 비중을 최소 10%까지 축소할 수 있게 하는 기금운용계획 변경안을 의결할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투기자본의 적대적 M&A를 방지하고자 제정한 자통법의 적용 대상에서 최소한 국민연금은 제외해야 한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복지부 핵심 관계자는 "5% 이상 종목을 모두 공개해야 한다면 국민연금 기금은 앞으로 국내 주식 시장에 투자하기 어렵다"면서 "마땅히 투자할 곳이 없어 국민연금이 손실을 보면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가게 된다"고 말했다.

   그는 "국민연금이 최대한 빨리 살 길을 찾아야 하는 만큼 국회는 여야를 초월해 4월 임시국회에서 국민연금에 대한 예외규정을 인정하는 자통법 개정안을 처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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