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뉴욕증시가 나흘 연속 가파른 상승세를 나타내자 랠리의 지속 여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특히 그동안 주가의 발목을 잡아 온 금융주가 이번 반등장세를 주도했다는 사실이 시장의 기대감을 증폭시키고 있다.
지난주 뉴욕증시는 씨티그룹, JP모건체이스, 뱅크오브아메리카(BoA) 등 대형 금융기관들의 실적 호전 소식에 힘입어 4개월래 가장 높은 주간 상승률을 기록했다. 이달 초 7000선을 뚫고 12년래 최저치로 밀렸던 다우지수는 9.01% 오르며 7200선을 회복했고 나스닥과 S&P500지수도 각각 10.64%, 10.71% 뛰었다.
하지만 월가에서는 지난주 장세가 일시적인 '베어마켓 랠리'에 불과하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국면전환'을 예고할 만한 장기적인 호재가 아직 나타나지 않아 경기둔화로 기업들의 실적이 악화되면 주가는 언제든 다시 추락할 수 있다는 것이다. 월가 투자은행들은 오히려 지수 전망치를 잇달아 낮추고 있다.
14일(현지시간) 마켓워치에 따르면 월가 전문가들은 최근 랠리를 주도한 금융주들은 투자자들이 하락을 예상해 시장 가격보다 싸게 호가를 냈다가 이를 다시 회수하는 공매도 과정에서 발생한 기술적 반등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이들은 "주식시장의 회복을 가로막는 장애물들이 여전히 투자심리를 억압하고 있다"며 "증시의 랠리가 지속되려면 미국 경제가 회복신호를 나타내고 금융시스템이 부실자산 일부를 통제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모건스탠리는 아예 지수 전망치를 하향조정했다. 모건스탠리는 뉴욕증시가 나흘째 상승장을 이어간 지난 13일 S&P500지수가 향후 수개월간 25% 추가 하락해 560선까지 후퇴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경기침체가 심화돼 기업들의 실적이 7분기 연속 악화되며 주가를 끌어내릴 것이라는 분석이다. 모건스탠리는 이후 지수가 47% 반등해 연말에는 825선을 회복할 것으로 점쳤다. 당초 전망치보다 15% 낮아진 수치다.
모건스탠리에 앞서 지난 3주간 바클레이스, UBS, 크레디트스위스, 골드만삭스 등도 연말 주가 전망치를 낮춰잡았다. 블룸버그통신 집계로는 월가 투자은행들의 S&P500지수 연말 전망치는 연초 평균 1078에서 최근 983으로 떨어졌다.
지수 전망치를 내놓은 모간스탠리의 제이슨 토드 투자전략가는 "밸류에이션이 매우 낮아져야 하지만 아직 그 수준에 이르지 않았다"며 "주택가격 안정과 금융기관의 손실규모 축소, 미국 기업의 실적 개선이 뒤따라야 주가 반등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로버트 실러 예일대 교수도 세계적인 '투자귀재' 워렌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의 스승이자 가치투자의 대부인 벤자민 그레이엄의 평가 기법을 근거로 S&P500지수가 여전히 높은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그의 분석에 따르면 12일 현재 S&P500지수의 기업 수익 대비 비율은 14.5배로 과거 경기침체기에 비하면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지난 1929년 이후 세번의 경기침체 당시 이 비율은 10배를 밑돌았다. 기업 수익 대비 비율이 당시 수준에 이르기 위해서는 지수가 30% 이상 추가 하락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김신회 기자 raskol@ajnews.co.kr
< '아주경제' (ajnews.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