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16일 개성공단 육로통행 중 귀환만 허용키로 한 것은 우리 국민을 억류하고 있다는 인식의 확산을 피하되 개성공단을 매개로 한 대남압박은 유지하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정부는 북한이 전면 차단을 유지한 것도, 통행을 전면 허용한 것도 아닌 어중간한 조치를 취함에 따라 대응책 마련을 위해 더 복잡한 고민을 하게 됐다.
◇`억류사태' 비난 피하면서 공단 압박은 유지 = 북한이 17일부터는 육로통행을 또 어떤 식으로 운용할지 불투명하지만 일단 미귀환자들이 돌아오게 됨에 따라 우리 국민이 북한 땅에 사실상 억류된 상태는 일단락된 셈이다.
이는 다분히 북한의 처사가 비인도적이라는 인식이 국내외에서 확산되는 상황을 피하려는 측면이 강해 보인다.
그러나 북은 우리 측 공단 관계자의 방북은 계속 차단함으로써 원.부자재 및 현지 체류자의 식량, 난방용 가스 등의 투입이 불가능하게 만들었다.
전문가들은 이 대목에서 개성공단을 카드로 삼은 대남 압박을 유지하겠다는 북측의 의도가 엿보인다고 입을 모은다.
현재 개성공단 입주 업계의 자체 분석에 따르면 북한측의 통행 차단 조치가 앞으로 1주일만 더 계속되도 개성공단 입주 기업의 90%가 가스 등 각종 물자 부족으로 일부 또는 전체 생산을 멈출 위기에 처한 것으로 조사된 바 있다.
그런만큼 북은 개성공단을 좀 더 한계상황에 가깝게 몰아감으로써 우리 정부를 압박하려는 의도를 드러내고 있는 셈이다.
◇개성공단 압박 의도는 = 북한이 통행을 쥐락 펴락 해가면서 개성공단을 압박하고 있는 배경을 놓고 해석이 분분하다.
우선 20일까지인 키리졸브 한미합동훈련 기간에 한정해 한반도의 긴장을 고조시킬 수 있는 방법으로 `개성공단 숨통 조이기'를 택했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미국의 대규모 군사력이 전개되는 키리졸브 훈련 기간 무력시위를 하기엔 `리스크'가 큰 만큼 개성공단 통행 차단을 통해 국민의 신변 안전과 개성공단의 장래가 우려되는 상황을 조성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는 궁극적으로 북이 개성공단 압박을 통해 한반도 상황의 심각성을 부각시킴으로써 미국을 조기에 협상 테이블로 끌어내려 하고 있다는 분석으로 연결된다.
또 적지 않은 관측통들은 북이 개성공단을 본격적으로 `카드화'한 것으로 보고 있다.
한 대북 전문가는 "북한이 지난해 12.1 조치로 개성관광, 열차운행 등을 차단하면서도 개성공단은 특례적으로 보장을 했지만 이제는 공단 마저도 카드로 사용할 수 있음을 이번 통행관련 조치를 통해서 보여준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런 분석을 하는 이들은 북의 이번 조치가 `개성공단을 포기하든지 그게 싫으면 대북 정책을 전면 전환하거나 동맹국인 미국을 설득해 대북 협상에 나서도록 만들라'고 정부를 압박하는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소수 의견이지만 다른 일각에서는 북이 개성공단마저도 포기할 수 있다는 입장 아래 자신들에게 돌아올 책임을 피해가며 남측이 자발적으로 공단을 접게 하려는 전략을 실천에 옮기고 있는 것일 수 있다는 관측도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즉 이번에 제기된 공단 내 우리 국민의 신변 안전에 대한 우려, 공단의 불투명성에 따른 경영 불안 등을 고의적으로 조장, 정부나 기업측이 자발적으로 공단을 포기하게끔 하려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다.
이런 분석은 북측이 키리졸브 훈련 이후로도 계속 통행에 장애를 초래할 경우 더 설득력을 얻게 될 전망이다.
대북 소식통은 "북한의 의도는 20일 이후로도 계속 개성공단 통행에 대한 차단 또는 제한 조치를 유지하는지 여부를 보면 어느 정도 파악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정부 대응책은 = 우선 북한이 16일 육로 통행을 제한적으로 허용함에 따라 정부는 대응책을 내기가 더욱 고민스러워졌다.
전날까지만 해도 북측이 지난 9~10일 1차로 통행을 차단했다 정상화했을 때처럼 통행을 전면 허용했다면 재발 방지 대책을 모색하되, 일단 공단 관계자들의 방북을 허용하는 수순을 택하고 전면 차단을 유지했을 경우 보다 강경한 대북 성명을 발표하는 등으로 대응할 것으로 예상됐었다.
그러나 이처럼 귀환은 허용하고 방북은 허용하지 않는 `반쪽 짜리' 통행 재개 상황에서 정부로선 북에 전면적 통행 정상화를 촉구하는 것 외에는 단기적으로 택할 수 있는 옵션이 많지 않아 보인다.
이와 함께 정부는 북한이 개성공단을 `카드'로 사용할 가능성이 제기됨에 따라 이의 재발 가능성 등을 감안, 중.장기적으로 어떻게 대응할지 고민하게 됐다.
20일 이후 통행이 전면 정상화되더라도 언제 우리 국민의 준 억류 상태가 재발할지 알 수 없고 공단 운영의 불확실성도 커진 상황에서 정상적으로 공단을 운영할 수 있느냐는 물음에 답을 해야 하는 상황인 것이다.
정부는 모든 옵션을 열어둔다는 입장이지만 개성공단을 우리 쪽에서 먼저 포기하는 방안은 지금으로선 검토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남북관계의 마지막 선이 끊기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일 뿐 아니라 공단에 투자한 업체들의 줄도산 사태가 발생하고 그 책임이 우리 정부에 돌아오는 최악의 상황으로 연결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북한이 20일 이후 통행을 정상화하더라도 이론의 영역에서만 존재하던 유사시 국민 억류 가능성이 국민들의 피부에 와닿기 시작했고 불투명성 증대에 따른 업체들의 피해가 커질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공단의 앞날에 대해 이전보다 심각한 검토를 해야할 상황이라는데는 이견이 없다.
이와 관련, 남북간 출입.체류 합의가 있음에도 북한의 일방적 통행차단 조치가 이뤄졌다는 점에서 전반적인 남북관계의 정상화가 이뤄지기 전에는 뾰족한 방책을 찾기 쉽지 않으리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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