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업통' 김정태, 관리형 CEO 변신 성공할까

국민, 신한, 우리은행 등 '빅3'와의 격차를 줄이라는 특명을 받고 지난해 3월 취임한 김정태 하나은행장이 예상치 못한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휘청거리고 있다.

은행들의 수익성 및 건전성 악화로 내실 경영의 중요성이 어느 때보다 강조되고 있는 상황에서 영업을 중시하는 김 행장이 관리형 최고경영자(CEO)로 변신할 수 있을지 여부에 은행권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지난해 은행 간 경쟁에서 밀리며 4대 시중은행 지위조차 위협받던 하나은행이 선택한 대안은 자타가 공인하는 '영업통' 김 행장이었다.

김 행장은 지난 1991년 하나은행 창립 멤버로 참여한 후 2005년 하나금융지주 부사장, 2006년 하나대투증권 사장 등을 역임했다. 그는 하나은행 재직 시절 취약한 영업 기반을 강화하는데 기여했으며 하나대투증권으로 자리를 옮긴 뒤에도 취임 1년 만에 당기순이익을 400% 이상 확대하는 기염을 토했다.

'빅3'에 밀리며 기업은행과 4위 자리를 놓고 경쟁해야 할 만큼 궁지에 몰렸던 하나은행이 김 행장을 구원투수로 선택한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다.

김 행장도 취임 직후부터 영업 확대에 올인하겠다는 의지를 숨기지 않았다.

그는 취임사에서 2013년까지 자산 규모를 130조원대에서 400조원 규모로 늘리겠다고 공언한 바 있으며 외환은행 인수 등 인수합병(M&A)을 통해 새로운 성장 동력을 확충하겠다는 계획도 세웠다.

또 세계 8위 규모의 스페인 산탄데르 은행을 벤치마킹해 해외 진출에 적극 나서는 한편 대내적으로는 펀드 및 카드 판매 강화를 강조했다.

그러나 지난해 하반기 미국발 금융위기로 전 세계 금융시장이 쑥대밭이 되면서 김 행장의 행보에도 제동이 걸렸다.

오히려 생존이 최우선 과제인 상황에서 지나치게 영업을 강조하는 김 행장의 경영 스타일이 하나은행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극단적인 전망도 나오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하나은행은 키코(KIKO) 등 파생상품에 대한 리스크 관리에 실패하며 최악의 한 해를 보내야 했다. 지난해 3분기에는 8년 만에 분기 적자를 기록하기도 했다. 태산LCD 등 키코 가입 업체들의 손실이 눈덩이처럼 불어나면서 2500억원 이상의 대손충당금을 쌓은 탓이다.

특히 키코 악몽을 불러왔던 태산LCD의 경우 오는 2011년 5월까지 30회에 걸쳐 환율을 적용하기로 돼 있어 최근의 외환시장 불안이 이어질 경우 또 다시 적자 위기로 내몰릴 수 있다.

하나은행의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4744억원으로 전년 대비 55% 급감했으며 '빅3'와의 격차는 더 벌어졌다. 이런 이유로 하나은행은 올 들어 경영진을 대거 교체하는 문책성 인사를 단행했다.

김 행장 스스로도 올해는 공격적인 경영을 지양하고 자산건전성 관리와 예산 절감 등을 통한 내실 경영에 주력하겠다며 한 발 물러섰다.

자산 규모 및 해외 영업 확대, M&A 추진 등 취임 초 계획했던 사업들은 대부분 보류됐다.

김 행장은 올 초 한 언론사와의 인터뷰에서 "은행에 따라 수 조원의 대손충당금을 쌓아야 할 지도 모르는 상황"이라며 "7월이면 은행 간 우열이 드러날 것"이라고 전망한 바 있다.

김 행장이 특유의 돌파력을 발휘해 하나은행을 위기에서 구해낼 수 있을 지 여부는 하반기에 들어설 때 쯤이면 판가름이 날 것으로 보인다.

강소영 기자 haojizhe@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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