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희태, ‘불출마’…고도의 정치적 계산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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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9-03-17 1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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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영 발목잡고, 김덕룡 훨훨

한나라당 박희태 대표가 16일 전격적으로 불출마를 선언한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박 대표의 불출마로 인해 민주당에서 공천 갈등을 빚고 있는 정동영 전 통일부장관의 입지가 더욱 줄어들 것이란 관측을 낳는 한편, 김덕룡 국민통합특보의 인천 부평을 출마 가능성이 높아질 전망이다.

박 대표는 우선 출마 지역구 선점에 실패했다. 가장 당선 가능성이 높은 경북 경주의 경우, 집권여당의 대표가 선택하기에는 ‘자리보전’ 효과뿐이어서 일찌감치 후보지에서 제외됐다. 이어 인천 부평을 출마도 고려했지만 GM대우 등 노동자 밀집지역이어서 민주당 등 야당과 전면전이 예상돼 박 대표는 출마를 놓고 고심의 고심을 거듭할 수밖에 없었다.

마지막으로 선택한 울산북구의 경우, 자신의 지역구도 아닌데다 당내 여론도 좋지 않았고 민주노동당 성향이 짙은 지역이어서 당선도 불투명하다는 부담이 작용해 박 대표가 불출마를 선언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특히 이명박 대통령의 든든한 지원을 받지 못한 것도 불출마의 주된 이유로 꼽힌다.

박 대표는 이와 관련, “(이 대통령에게) 지난주부터 내가 면담 한 번 했으면 좋겠다고 신청해놓은 상태”라며 “그 뒤에는 답이 없다”고 토로했다.

일각에서는 박 대표의 불출마가 최근 전주 덕진에 출사표를 던진 민주당 정 전 장관을 겨냥한 것 아니냐는 시각도 존재한다.

정 전 장관의 공천을 놓고 민주당은 ‘개혁공천’의 취지를 흐린다는 이유로 반발하는 목소리가 커지면서 내홍을 겪고 있다. 지난 17대 대선후보까지 나섰던 정 전 장관이 민주당의 아성이나 마찬가지인 호남에 출마하는 게 합당하냐는 지적이다.

이에 박 대표 또한 한나라당의 아성인 경북에 출마를 하지 못하는 입장에서 정계 복귀를 선언한 ‘잠재적 적’ 정 전 장관의 입지도 줄이자는 계산을 했을 가능성도 높다. ‘개혁공천’을 위해 ‘박희태-정동영’ 동반 불출마하자는 암묵적 압박인 셈이다.

한나라당 핵심관계자는 “박 대표가 불출마를 선언한 마당에 정 전 장관의 공천도 일정부분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박 대표나 정 전 장관이나 당내 리더그룹이 금배지를 달기 위해 뛰는 것은 모양새가 좋지 않다”고 피력했다.

한편, 한나라당 중진인 박 대표가 출마를 포기함에 따라, 재보선 출마를 노리는 당내 중진들의 행보가 한결 가벼워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청와대의 막후 지원 하에 인천부평을 출마를 고심해 오던 김 특보의 출마 가능성이 높아진 것으로 분석된다. 

송정훈 기자 songhddn@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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