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값-달러, '동반 상승'…"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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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9-03-16 1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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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금융위기 '공포' 탓…'동조화' 현상 뚜렷

과거 반대 방향으로 움직이던 금값과 달러 가치가 최근 동반 상승하는 기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금은 달러화의 가치 하락을 방어하기 위해 투자하는 대표적인 헤지 투자 대상으로 꼽혀왔다. 때문에 미국 달러화 가치와 금값은 서로 반대 방향으로 움직이는 게 보통이다.

하지만 지난해 12월 말부터 나타나기 시작한 금값과 달러화 가치의 동조화 현상은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6일 전망했다.

전세계 투자자들이 금과 달러에 집중 투자하는 것은 '공포' 탓으로 요약된다. 글로벌 경기침체가 극에 달하면서 투자자들이 전통적인 안전자산인 금과 기축통화인 달러로 동시에 몰려 들고 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올 들어 금값은 5% 뛰었고 같은 기간 주요국 통화에 대한 달러화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도 8% 올랐다. 지난해 10~12월 금값이 4% 떨어지는 동안 달러화 가치가 3% 오른 것과는 대조적이다.

금값과 달러화 가치의 동조화 현상은 금이 더 이상 달러화에 대한 헤지 투자 대상으로만 머물러 있지 않기 때문에 나타난 현상이기도 하다. 앨런 러스킨 RBS그리니치캐피털 수석 국제 투자전략가는 "지금 금값은 어떤 통화 가치보다 상승세가 크다"며 "이는 종이 화폐에 닥쳐올 문제점에 따른 것"이라고 말했다.

글로벌 경기침체로 각국 통화가 전반적으로 불안한 양상을 보이자 금이 세계 모든 통화의 가치 하락에 대처할 수 있는 투자 상품으로 급부상했다는 얘기다. 특히 각국 정부가 대규모 경기 부양안을 통해 막대한 자금을 풀어내고 있는 만큼 인플에이션 위험도 높아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세계 경제와 금융시장의 정상화 조짐이 나타나면 투자자들이 금과 달러에 투자하기보다는 다른 화폐나 원유 등으로 다시 몰릴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실제로 지난주 미국 증시가 나흘 연속 상승하며 일시적인 바닥신호를 나타내자 금값과 달러화 가치는 동반 하락했다. 지난 13일 금값은 온스당 1000달러를 돌파한 이후 929.80 달러로 떨어졌고 달러/유로 환율은 1.2639 달러에서 1.2915달러로 올랐다.

그러나 리처드 번스타인 뱅크오브아메리카-메릴린치(BOA-ML) 수석 투자전략가는 투자자들의 안전자산 선호가 지속돼 달러와 금이 앞으로도 강세를 나타낼 것으로 예상했다. 그는 올 연말 달러/유로 환율 전망치로 1.18 달러를 제시했다. 금값 역시 금 상장지수펀드(ETF)의 성행 등으로 상승세를 유지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번스타인 투자전략가는 "금값과 달러화 가치의 동조화 현상은 경제이론에 반하는 것이지만 앞으로 많은 새로운 경제이론을 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신회 기자 raskol@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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