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4대 금융지주에서 1억원 안팎에 이르는 고액보수를 받는 사외이사가 여전히 거수기 역할에만 머물고 있다. 작년 금융지주에서 열린 이사회에서 반대표를 던진 사외이사가 단 한 명도 없었기 때문이다.
17일 금융감독원이 4대 금융지주로부터 전날까지 접수한 주주총회소집공고에 따르면 KB금융에 속한 사외이사 9명은 2008 회계연도에 열렸던 5차례 이사회에서 상정됐던 19개 결의안을 전원 찬성으로 모두 가결시켰다.
신한금융(12명)과 우리금융(7명)도 각각 8차례와 17차례에 걸쳐 이사회에 올라 온 25개와 36개 결의안을 같은 방식으로 처리했다. 하나금융(6명) 또한 11차례 열린 이사회에서 32개 결의안을 사외이사 100% 찬성을 얻어 통과시켰다.
작년 한 해에 걸쳐 4대 금융지주에 속한 사외이사가 이사회에 출석해 결의안을 반대한 경우는 단 한 번도 없었던 셈이다.
금융지주 외부에선 경영진이 사실상 사외이사에 대한 선임권을 쥐고 이사회를 지배하는 행태가 바뀌지 않는 한 이런 결과가 되풀이될 수밖에 없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경제개혁연대 관계자는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가 있지만 이런 절차에 경영자가 직간접적으로 개입해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며 "금융권 내부에서 이런 일을 당연하게 여기는 관행을 없애야 사외이사도 경영진으로부터 독립성을 가질 수 있다"고 말했다.
금융지주는 사외이사가 이사회에서 반대 의견을 내지 않더라도 문제될 게 없다는 입장이다.
금융지주 관계자는 "찬성 비율이 높다는 이유로 사외이사 기능에 문제가 있다고 볼 수는 없다"며 "이사회를 열기 전에 충분히 논의를 거쳐 결의하기 때문에 찬성비율이 높을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금융지주에 속한 임원이 계열사에서 사외이사를 겸하는 문제에 대한 지적도 나오고 있다. 신한금융에 속한 신상훈 사장과 위성호 부사장은 둘 다 신한은행에서 사외이사를 겸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행 상법은 이해관계가 있는 두 회사에서 임원 또는 사외이사를 겸임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은행법은 금융지주에 대해 이런 상법 조항을 적용하지 않도록 하고 있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이런 문제를 개선하기 위한 은행법 개정안을 작년 12월 국회에 제출했다"며 "법안이 통과될 경우 기존에 상임ㆍ사외이사로 이뤄졌던 이사회가 상임ㆍ비상임ㆍ사외이사로 나뉘게 돼 특수관계에 있는 회사에 속한 임원이 사외이사를 겸임할 수 없게 된다"고 말했다.
한편 작년 금융지주에서 사외이사가 받은 연봉은 신한금융이 1인당 1억300만원으로 가장 많았으며 이어 KB금융(8000만원)과 하나금융(4689만원)과 우리금융(4200만원) 순이었다.
서혜승 기자 harona@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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