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경제 위기가 대두되면서 ‘오바마의 현인’이라고 꼽히는 워렌 버핏의 가치투자 방식이 각광받은 바 있다. 가치투자 방식이란 성장성은 있지만 저평가 됐다고 판단되는 기업의 주식을 장기간 보유하는 것을 말한다. 워렌 버핏은 주가가 오를수록 주식시장으로 몰리던 그간의 군중심리와는 완전히 다른 역발상의 성공을 이룬 셈이다.
역발상 이론의 아버지로 불리는 ‘역발상 기술’의 저자 험프리 닐은 “대중의 견해는 추세가 진행되는 동안에는 옳지만, 추세 양끝에서는 틀린다”는 말로 버핏식 투자 전략의 관점을 지지했다.
최근 전 세계적인 불황을 깨뜨리기 위한 경영 패러다임으로 ‘발상의 전환’이 새로운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그 대표적인 예가 기업과 행정 전반에서 시행되고 있는 '일자리 나누기 운동'이다. 경기가 악화되면 종업원 수를 줄여 생산 원가를 절감 한다는 일정한 틀을 깨고 기존의 직원들이 십시일반 해 일자리를 오히려 더 만들어 낸다는 생각의 전환을 시도한 것이다.
“모든 사람이 똑같이 생각하면 모든 사람이 틀리기 마련이다”고 지적하는 역발상의 법칙 속으로 들어가 본다.
반복되는 습관으로 나타나는 과거의 성과는 잊어라.
HP, IBM 등 세계 유수 기업에서 활용하는 아이디어 매니지먼트로 꼽히는 ‘역발상의 법칙’의 저자 로버트 서튼은 과거의 성공을 오히려 ‘성공의 덫’이라고 표현한다. 성공을 거뒀던 방식에 익숙해진 조직이나 개인이 새로운 개념이나 방식, 기술을 시도할 때 업무 능력이 오히려 더 떨어질 수 있음을 두려워한 것이다.
세계 자동차 산업에 가장 큰 영향력을 미치는 인물로 꼽히는 벤델리 비데킹 포르쉐 회장은 합병과 인수로 덩치가 커진 골리앗과 같은 기업이 성공을 거둘 수 있다는 생존원리에 의문을 제기했다.
비데킹은 세계적인 인수 합병 트렌드에 휩쓸리지 않으려면 그들과는 다른 ‘낯선’ 무언가를 만들어야 한다고 결심했던 것이다. 포르쉐 자동차의 자체 수요를 훨씬 뛰어넘는 규모로 연구개발센터를 만들고 그 노하우를 제 삼자에게 판매하면서 개발센터를 유지해나가는 전략을 구사했다. 생산과정의 절반은 외부 업체에 맡기는 방식으로 고정비용을 줄여나갔다.
비데킹는 자회사의 원칙을 ‘다윗의 법칙’이라는 자서전에서 “포르쉐라는 다윗이 골리앗을 이겼다”고 표현했다. 이 역발상의 경영원칙은 후에 독일 다임러 벤츠와 미국의 클라이슬러 간의 무리한 합병을 추진하다가 사퇴한 위르겐 슈렘프 회장의 횡보와 상반된다.
불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을 과감하게 상상하라.
냉장고 문을 열면 한 쪽 구석에서 코를 찌르던 김치 냄새에 대해 생각해 본적이 있는가. 에어컨 제조회사 만도는 한국 사람의 김치 문화에 맞는 냉장고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수 백년간 김치를 먹어왔지만 김치가 숙성돼가는 시간과 온도를 고려한 보관제품이 있어야겠다는 생각이 마침내 결실을 맺는 순간이었다.
체어맨은 모두가 허리띠를 졸라매던 IMF 시대에 첫 선을 보였다. 자동차 구매가 떨어질 것이라는 예상과는 달리 쌍용자동차의 역발상은 외제차로 몰리던 소비자의 눈을 국내산 고급 세단을 돌리게 만들었다.
‘역발상 마케팅’의 저자 여준상은 과감한 상상력의 법칙에 대해 “색다르다고 하는 호기심은 소비자의 진정한 욕구충족으로 이어질 때 롱런할 수 있음”을 조언한다.
정진희 기자 snowway@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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