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통신위원회가 18일 KT와 KTF의 합병을 인가하면서 붙인 조건에 업계 안팎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정부 규제 기관은 사업자 간 인수합병으로 발생 가능한 경쟁 제한적 요소를 최소화하고, 선의의 경쟁을 유도할 수 있는 공정한 환경을 조성하기 위한 포석으로 합병 부가조건을 부여해왔다.
부가 조건은 곧 사업자에게는 족쇄가 돼 운신의 폭을 제한할 수 있는 만큼 이번 합병을 앞두고 반 KT 진영에서는 가능한 많은 조건을 붙이고자 최대한 목청을 높였다.
◇ KT-KTF 합병 조건 뭐기에
방통위가 합병을 인가하면서 부가한 인가 조건은 ▲전주, 관로 등 설비제공제도의 효율성 제고를 위해 개선계획 제출 ▲시내전화, 인터넷전화 번호이동절차 개선계획 제출 ▲무선인터넷 접속체계의 합리적 개선 및 내·외부 콘텐츠 사업자 간 차별 금지 등 3가지다.
방통위는 통합 KT에 전주, 관로 등 설비제공 제도의 효율성을 높이려고 개선계획을 제출토록 했다. 현재 활성화되지 못한 전주, 관로에 대한 설비제공 제도를 개선함에 따라 선·후발 사업자들의 경쟁여건이 개선되고, 차세대 네트워크 투자 확대를 도모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에서다.
그러나 광케이블망은 필수설비에서 제외했다. 신용섭 방통위 통신정책국장은 "광케이블을 필수설비에 포함하자는 경쟁사업자의 주장이 있었으나 경쟁사업자들도 대체설비를 보유하고 있어 광케이블은 필수설비로 보기에 어렵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시내전화와 인터넷전화 번호이동 절차에 대해서도 개선 계획을 제출토록 했다. 이는 선·후발 사업자들 간 공정경쟁을 보장하고 소비자 선택권을 확대하려는 조치다.
아울러 무선인터넷 시장과 콘텐츠 시장을 활성화하고 소비자 편익을 높일 목적으로 무선인터넷 접속체계의 합리적 개선 및 내외부 콘텐츠 사업자 간 차별을 하지 않도록 했다.
방통위는 이 같은 인가조건을 부여하는 동시에 전국 농어촌 지역 광대역통합망 구축, 국가 정보통신기술 발전 기여 등 공익에 대한 책무의 지속적 이행 및 가입자 개인정보 보호에 대한 관련 법령을 성실히 준수토록 통합 KT에 촉구하기로 했다.
◇과거 통신업체 합병 조건 전례
지금까지 통신업계에서 KT-KTF 합병에 필적할 만한 합병은 크게 두 번 이뤄졌다.
지난 2000년 5월 SK텔레콤과 신세기통신의 합병과 2008년 2월 SKT와 하나로텔레콤(현 SK브로드밴드)의 합병이 그것으로, 공교롭게도 KT-KTF 합병에 가장 큰 목소리를 냈던 SKT가 중심에 있다.
SKT-신세기통신 합병 당시에 공정거래위원회는 2001년 6월까지 시장점유율을 50% 미만으로 유지하고, SK텔레텍으로부터 공급받는 단말기 수량이 2005년 말까지 연간 120만대를 초과하지 말 것 등을 골자로 하는 시정명령을 부과했다.
이는 신세기통신과의 합병으로 황금 주파수 대역인 800㎒ 대역을 독점하게 된 SKT의 이동통신 시장지배력이 휴대전화 단말 시장으로 전이되는 것을 차단하기 위한 조치로, SKT가 신세기통신 합병 이후 자회사인 SK텔레텍 단말기 수요를 증가시켜 시장 경쟁을 저해하고 왜곡할 우려가 크다고 판단한 결과다.
당시 규제기관인 정보통신부는 이용자 보호, 단말기 보조금 지급 금지, 동등 접속 보장, 무선인터넷망 개방, 3년간 이행조건 반기별 점검 등 13가지의 부가조건을 SKT에 지웠다.
지난 2007년 정통부는 하나로텔레콤 인수에 따른 SKT의 이동시장 지배력 확대를 우려해 6가지의 조건을 붙여 SKT의 하나로텔레콤 인수를 인가했다. 2012년까지 전국 농어촌 지역에 대한 광대역통합정보통신망(BcN) 구축, 결합상품 및 재판매 동등 제공, 무선인터넷 접속체계 변경, 조건 이행 보고 등이 부가 조건으로 부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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