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정부 차원의 첫 대북지원 품목이 될 것으로 예상됐던 못자리용 비닐의 지원이 최근 긴장이 고조되고 있는 한반도 정세에 휩쓸려 사실상 무산됐다.
통일부와 민간단체간 정책협의체인 대북지원민관정책협의회(이하 민관협)는 20일 운영위원회를 열어 못자리용 비닐의 대북지원 문제를 논의했으나, 민간단체측이 '시기성'을 내세워 자금지원 결정을 조속히 내려줄 것을 요청한 데 대해 정부측은 '결정 유보' 입장을 견지했다.
북한의 영농일정을 감안하면 못자리용 비닐은 이달 안에 북한에 들어가야 냉해 예방 등을 통해 북한의 벼농사 재배에 도움을 줄 수 있는데 물량 준비와 전달에 2주정도 걸리는 점을 감안하면 이미 지원 적기를 놓친 셈이다.
당초 통일부는 지난해 중단됐던 못자리용 비닐의 대북지원을 올해 재개하는 것으로 단절된 남북관계를 풀어가는 실마리로 삼는다는 복안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북한의 장거리 로켓 발사 움직임과 한미 합동 키 리졸브 군사연습, 개성공단 통행 파행 등으로 인한 한반도 긴장의 파고를 끝내 넘지 못했다.
대북 지원 단체 관계자는 "우리는 비닐 지원의 적기를 강조했으나 정부측은 최근 남북문제가 너무 민감해 '아직 결정하지 못한다'고 했다"며 "이런 때일 수록 적극적으로 인도적 지원을 해야 하지만 통일부 혼자 결정할 문제도 아니고 국민 여론도 있어 통일부 입장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통일부 관계자도 "대북 지원을 해야 한다는 것이 기본 입장이지만 통일.외교.안보는 관계 부처 전체 의견을 모으는 시스템인 데다 남북관계가 추가로 악화돼 비닐 지원을 민간이 밀어붙이고 통일부 혼자 결정하기는 무리가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북측도 남측 민간단체 관계자로부터 "(지원이) 힘들게 됐다"는 얘기를 듣고 "그만하면 됐다"는 반응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50여개 대북 지원 단체 모임인 '대북협력민간단체협의회(북민협. 회장 정정섭)'는 지난달 중순 중국 선양에서 북한의 민족화해협의회와 접촉, 올해 북한에서 모내기가 시작되기전 못자리용 비닐 지원 의사를 밝혔고 민화협도 "주면 받겠다"고 해 민간단체들은 비닐 지원을 적극 추진해 왔다.
북민협이 못자리용 비닐 지원 자금으로 30억원을 통일부에 요청한 데 대해 통일부도 처음엔 긍정 검토하다 지난달말 북한의 '미사일 발사 움직임' 등을 들어 지원 심의를 보류했으며, 최근 개성공단 통행의 파행사태는 지원 환경을 더욱 악화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권태진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최근 통일부 인도협력분과 정책자문회의에 제출한 보고서에서 "현 시점에서 농업분야 대북지원의 우선순위중 1순위는 못자리용 비닐 지원이고 그 다음이 비료 지원"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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