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와 미국이 쇠고기 시장의 개방이나 확대를 요구함에 따라 수입 쇠고기 문제가 또다시 통상 쟁점으로 급부상할 전망이다.
캐나다는 쇠고기 시장을 미국 수준으로 개방하라며 한국 정부를 전방위로 압박하고 있고, 미국 또한 쇠고기 문제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에 연계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 캐나다 "쇠고기 수입 안하면 제소"
21일 농림수산식품부에 따르면 게리 리츠 캐나다 농림.농식품성 연방장관은 20일 한국을 방문해 "(캐나다산 쇠고기 수입 재개 문제가) 6년 동안 해결되지 않고 있는데 선을 긋고 다음 단계로 넘어가야할 때가 왔다"며 "세계무역기구(WTO) 제소도 고려할 수 있다"고 말했다.
캐나다는 2003년까지 우리나라에 쇠고기를 수출해 왔으나 2003년 광우병이 발생하면서 수출이 전면 중단됐다. 2007년 5월 미국과 함께 국제수역사무국(OIE)으로부터 '광우병 위험 통제국' 지위를 얻었지만 우리나라는 지금까지 캐나다 쇠고기에 빗장을 풀지 않고 있다.
지난해 11월 수입 재개를 위한 검역 기술협의(수입 협상)가 1년 만에 재개됐지만 때마침 그 달에 열다섯 번째 광우병(BSE) 소가 발생하면서 협상이 중단됐다.
이로 인해 수입 재개가 늦춰지자 캐나다의 주무장관이 방한해 장태평 농식품부 장관,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을 잇따라 면담한 것이다. 리츠 장관은 장 장관에게 "올해 상반기 중 캐나다산 쇠고기 수입을 허용해줄 것을 강력히 요청한다"고 말했다.
정부는 일단 이 같은 언급을 '압박용'으로 보고 있다. WTO에 제소를 해도 최종 판결이 나올 때까지는 통상 2년이 걸리는데 분쟁이 진행되는 동안에는 수입을 재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실익이 없다는 것이다.
정부는 쇠고기 안전성을 확실하게 검증한 뒤 수입을 재개한다는 입장이다. 이 관계자는 "열다섯 번째 광우병 소에 대한 현지 역학조사 자료를 캐나다 정부로부터 넘겨받아 면밀히 검토하는 중"이라며 "문제가 없겠다는 판단이 선 뒤 기술협의를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 미 의회는 "연령제한 풀라"
'촛불 시위'의 불씨가 됐던 미국산 쇠고기에 대해선 '30개월 미만'으로 묶인 연령 제한을 풀라는 압박이 나오고 있다. 미국 행정부가 아닌 의회가 그 주체이고 소수의 목소리에 불과하지만 자칫 한미 자유무역협정(FTA)과 연계될 경우 적잖은 압력이 될 수 있다.
이 문제에 총대를 멘 사람은 막스 보커스 미 상원 재무위 위원장이다. 그는 최근 론 커크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 지명자 인준 청문회에서 한미 FTA 문제를 거론하며 "한국은 반드시 연령에 관계 없이 미국산 쇠고기를 수용하는 방안을 찾아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미 FTA 비준과 미국산 쇠고기 연령 제한 해제를 연계할 수 있음을 시사한 것이다.
보커스 의원은 지역구가 대표적인 '비프 벨트(쇠고기 생산.수출 지역)'인 몬태나주여서 그전에도 이런 발언을 종종 해왔다. 문제는 그가 한미 FTA 비준 동의 문제를 다룰 재무위 위원장이란 점이다.
정부는 현 단계에선 이런 요구가 보커스 의원의 개인적 희망사항이라고 보고 있다. 무엇보다 미국산 쇠고기의 안전성에 대해 우리 국민들의 우려가 여전해 연령 제한 해제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장태평 장관도 최근 "국민 정서적으로 30개월 이상 쇠고기에 대해서는 굉장히 우려를 하고 있다"며 "(쇠고기 연령 제한 해제는) 아직은 어렵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인터넷뉴스팀 기자 news@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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