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위기 쓰나미로 주총도 ‘차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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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9-03-21 1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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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금융위기로 인해 12월 결산법인드르이 주총이 차분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되고 있다. 실물경기 악화로 상장법인들이 주주들에게 돌려주는 배당금이 대체로 줄었으나 위기의식이 더 두드러지면서 주총장에서 충돌이 오히려 줄어든 양상이다.

그러나 주주권익을 찾기 위한 주주들의 요구와 기관 투자자 등의 거수기 논란, 일부 기업들의 경영권 분쟁을 둘러싼 표 대결 등은 올해도 재연되고 있다.

◇ 위기의식 팽배…물리적 충돌 줄고 친정체제 강화

21일 업계에 따르면 올해 주총시즌에는 주총의 단골 메뉴였던 물리적 충돌이 다소 줄어든 모습이다. 대기업 주총에서 소액주주로부터 의결권을 위임받은 경제개혁 관련 단체와 회사 측과의 충돌을 찾아보기 어렵다.

지난해에는 삼성그룹의 비자금 사건을 둘러싸고 고성이 오가는 등 충돌이 빚어졌지만, 올해는 특별히 사회적으로 뜨거운 논란이 될 만한 이슈가 없는 상태다.

여기에다 소액주주의 의결권 위임을 받아 주총장에서 목소리를 높여왔던 경제개혁연대도 올해는 주총장을 찾지 않고 있다.

경제개혁연대 관계자는 "지배구조 등과 관련해서 중대한 문제가 있으면 그동안 주총장에 직접 참석해 문제를 제기해왔는데, 올해는 특별한 이슈가 없고 다른 사안에 집중할 필요가 있어 주총 참석을 계획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이 같은 분위기에 따라 주요 대기업들 등의 올해 주총은 별다른 논란 없이 대체로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오히려 일부 주주들은 경영진에 대한 불만이나 질타보다는 격려성 발언을 하는 모습도 목격됐다.

지난 13일 열린 삼성전자 주총에 참석한 한 주주는 "도요타나 소니 같은 초우량 기업도 적자를 내고 종업원들이 일자리를 잃고 있는데 이런 불황 속에서도 삼성전자도 예외는 아닌 것 같다"며 "재무상태가 좋지 않고 경영이 어려운 가운데 (액면가의) 100% 배당을 주기로 결정해 경영진에 고맙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기업들의 배당금 축소에 대해 일부 주주들이 문제를 제기하기도 했으나 경영진은 어려운 환경을 솔직히 털어놓으며 주주들의 이해를 구했다.

남 용 LG전자 부회장은 주총에서 "우리는 환율이 유리해 비교적 외부 충격을 덜 받고 있지만 일본 등 경쟁업체들은 뼈를 깎는 구조조정을 하고 있다. 연말쯤 환율 효과가 사라지면 일본업체의 경쟁력이 앞설 것 같아 겁이 난다"고 털어놨다.

SK그룹과 현대차, 한화 등 주요 그룹의 총수 일가가 이사회에 직접 입성하거나 측근 인사를 사내 이사로 앉히는 등 친정체제를 강화한 것도 이번 주총에서 눈에 띄는 대목이다. 오너의 리더십을 강화해 경제위기를 정면 돌파하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 경영권 분쟁·거수기 논란 재연…이색 주총도

올 주총에서 경영권을 둘러싼 표 대결은 재연됐다. 환인제약은 주총에서 2대 주주가 제안한 사외이사와 비상근 감사 선임안에 대해 표 대결을 벌여 경영권을 방어했다.

한국화장품도 HS홀딩스가 추천한 사내이사와 사외이사 선임을 놓고 표 대결을 벌였으나 안건을 부결시켜 경영권을 지키는 데 성공했다.

주총에서 안건에 대해 주로 찬성표를 던져 '거수기'라는 불명예를 안았던 자산운용사들이 올해는 더욱 적극적으로 반대표를 던지고 있지만 '거수기' 꼬리표를 뗄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이밖에도 좋은기업지배연구소 등은 기업들의 배당금 축소와 대기업 일가의 이사 선임을 통한 친정체제 구축, 이사 보수한도, 사외이사의 독립성 등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이색 주총도 눈길을 끌고 있다. 풀무원은 '오마하의 축제'라고 불리는 미국 워런 버핏의 버크셔 헤서웨이 주총을 본떠 26일 이른바 '열린 주총'을 개최한다.

'참 기업 가치를 이야기하다'라는 주제로 토론회와 '봄나물 야채 비빔밥' 등을 메뉴로 한 점심, 아카펠라 그룹 '원더풀'의 공연 등을 준비했다.

LG디스플레이도 파주공장에서 원탁에 다과를 곁들인 파티 형식의 주총을 열었다.

인터넷뉴스팀 기자 news@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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