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은행들이 부실채권 해결을 위해 배드뱅크(Bad Bank)를 만들 계획을 밝힌 가운데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가 민간 배드뱅크에 참여한다.
이는 민간 배드뱅크 설립과 관련, 유사 공적자금 관리체계 논란이 일고 있는 것을 의식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23일 금융위원회 고위 관계자는 "은행들이 출자하는 민간 배드뱅크가 자의적으로 운영되는 것을 막기 위해 캠코가 참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금융당국은 은행들이 자본확충펀드를 배드뱅크에 출자해도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금융권 일각에서 공적자금 성격이 강한 자본확충펀드의 사용에 대한 반론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전일 금융위원회 등 금융당국은 다음달 설립 예정인 배드뱅크에 은행들이 자본확충펀드로 지원받은 돈을 출자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을 밝힌 바 있다.
배드뱅크는 캠코가 사실상 독점했던 부실채권 정리기능을 맡는 민간 캠코로 볼 수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자본확충펀드 조성액 20조원 중 한국은행이 10조원, 산업은행이 2조원을 부담하는 등 사실상 공적자금이 투입된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대형 은행 또는 출자규모가 큰 은행들의 자의적 판단에 따라 자본확충펀드가 유용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국민은행과 신한은행 등 시중은행과 지방은행이 내달 초 출범시킬 계획인 민간 배드뱅크는 일정 금액을 출자해 특수목적회사(SPC) 형태로 설립되며 캠코 역시 주요 시중은행에 상응하는 수준의 자금을 출자할 방침이다.
은행권에서 실무단계로 검토하고 있는 배드뱅크 출자 규모는 총 3조 원 수준이다.
김광수 금융서비스국장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은행이 배드뱅크에 출자하더라도 자회사 편입규정으로 인해 15%를 넘지 못하고 일부 은행은 출자를 많이 못한다"면서 "은행권에서도 캠코와 국민연금이 참여하기를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김 국장은 "은행의 출자분을 제외한 10~20% 정도를 캠코나 국민연금이 출자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또 "은행들이 자본확충펀드를 통해 지원받은 자금 일부를 배드뱅크에 출자할 수 있다"며 "펀드 지원목적이 실물경제 및 구조조정 지원, 부실채권 처리 등에 있는 만큼 편중되지 않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배드뱅크가 매입하는 부실채권의 가격 심사를 위해 금융위는 금융감독원과 민간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부실채권 가격산정위원회를 설립할 계획이다.
은행권이 민간 배드뱅크를 설립하려는 것은 캠코나 구조조정기금에 부실채권을 헐값 매각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
일각에서는 민간 배드뱅크가 출자자인 은행의 자산을 비싸게 매입할 수 있다는 우려도 일고 있다.
은행권이 민간 배드뱅크를 출범시키게 되면 정부의 추가 출자가 이뤄질 캠코와 민간 배드뱅크, 5월에 40조원 한도로 출범하는 구조조정기금이 은행권에서 발생하는 부실채권을 처리하게 된다.
민태성 기자 tsmin@ajnews.co.kr
< '아주경제' (ajnews.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