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경기부양책, 원자재 공급과잉 부른다"

   
 
 

중국 정부의 대규모 경기부양책이 철강에서 석유화학에 이르는 광범위한 산업 분야에서 공급과잉을 불러 일으킬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해외시장의 수요 감소를 메우기 위해 중국 정부가 내놓은 내수시장 활성화 방안이 문제라는 지적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3일(현지시간) 중국의 경기부양책이 시장의 공급과잉으로 이어져 장기적으로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중국이 전세계 제조업계에 미치는 영향력을 고려해 볼 때 향후 글로벌 제조업계간 경쟁 과열이 일어나 무역분쟁으로까지 불거질 수 있다는 것이다.

세계 최대 철강생산국이자 세계 3대 자동차 생산국인 중국은 현재 국내 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산업 전반에 걸쳐 산업 원자재를 과잉공급하고 있다.

중국산업부의 통계에 따르면 중국의 알루미늄 생산량은 이달에만 30%가 과잉공급됐고 시멘트 및 판유리, 반도체 공급량도 각각 20%, 70%씩 수요를 초과했다.

지난해 중국은 국내총생산(GDP)의 43%에 달하는 금액을 산업부문에 쏟아 부었고 이는 과거 일본과 한국이 산업화 절정기에 투자했던 것보다 높은 수준이다.

중국정부는 4조 위안에 달하는 경기부양책을 통해 산업 원자재의 공급과잉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대규모 공공사업을 통해 철강과 같은 산업 원자재 수요를 높여 과잉 생산분을 해소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중국 정부가 석유화학공장 등 대규모 원자재 생산시설을 건설하는 데 막대한 자금을 퍼붓고 있어 공급과잉 문제는 악화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후 예평 중신증권 이코노미스트는 "글로벌 경기침체로 글로벌시장이 중국의 생산량을 흡수할 만한 여력이 없기 때문에 중국 정부는 내수진작을 위해 경기부양책을 실시할 수 밖에 없다"며 "이로 인해 공급과잉은 심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세계 최대 시장인 미국마저 소비를 줄이고 있는 상황이라 중국이 원자재 공급 목표량을 재조정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루이스 쿠지스 세계은행 이코노미스트는 "당분간 세계 경제가 침체국면에서 벗어나기 어려운 상황이라 제조업 부문의 재고가 전혀 쓰이지 않고 폐기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중국 정부가 손을 놓고 있는 것은 아니다. 중국 경제기획부는 지난달 중공업계의 공급과잉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대책을 발표한 바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 방안은 구체적인 실천계획을 담고 있지 않아 공급과잉이 해소될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평가했다.

일례로 중국 정부는 2008년 기준 6억6000만t인 조강 생산능력을 2011년까지 6억3500만t으로 낮추기로 했다. 하지만 이는 현재 생산 능력과 큰 차이가 없어 공급량을 줄이는 데 큰 역할을 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중국 정부가 상품시장에서 원자재를 전략적으로 사들이고 있다는 비판도 일고 있다.

이날 파이낸셜타임스는 중국 국영기업들의 구리 사재기로 올해 세계 상품시장에서 구리 가격이 금값 상승률을 앞질러 최근 28% 상승했다고 보도했다.

중국의 구리 매입은 비밀리에 이뤄지고 있어 정확한 규모를 확인할 수는 없지만 상품 트레이더들의 추산에 따르면 중국 정부는 현재까지 약 30만t의 구리를 사들였고 연내에 120만t을 더 매입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전 세계 구리생산량은 180만t이었다.

데이비드 윌슨 소시에테제너랄 금속 전문 애널리스트는 “최근 구리가격이 상승한 것은 글로벌 제조업계의 실수요가 증가해서라기보다는 중국이 대규모로 구리를 사들이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런던상품거래소에서 거래되는 아시아시장의 구리 재고량은 감소하고 있는 반면 중국의 구리거래량은 상승하고 있다.

중국 정부가 전략적으로 구리를 비축하고 있는 것은 현재 구리 가격이 지난해 고점인 1t당 8940 달러의 절반도 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중국 내 철강제련업계 지원을 통해 실업률을 낮추기 위해서라고 FT는 분석했다.

신기림 기자 kirimi99@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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