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노조 "내 밥그릇 동지도 못 준다"

-울산공장 물량 나누기, 공장간 이기주의로 무산 위기

현대차 울산공장의 물량 나누기가 노조 내부 반대에 부딪쳐 결국 무산위기를 맞았다.
 
윤해모 현대차 노조 지부장이 지난 19일 勞勞갈등의 불씨였던 공장간 물량 나누기에 적극 협력하겠다는 담화문을 발표한 직후인 20일 반대 입장을 밝힌 3공장 사업부 위원회가 23일 회의에서도 이를 전면 거부했기 때문이다.

현재 울산3공장은 아반떼와 i30 등 인기 차종을 생산하는 터라 일감이 넘쳐 특근까지 하고 있다. 반면 2공장 등 다른 라인은 일감이 없어 정규 근무시간조차 단축근무를 해야 하는 등 공장간 물량 불균형이 지속돼 왔다.

결국 현대차는 경제위기기 지속되면서 물량 불균형이 심해지자 노조에 물량 나누기를 요청했고, 윤 지부장은 19일 담화문을 내 이를 대승적 차원에서 받아들인 것이다. 윤 지부장은 담화문에서 “고용안정을 위해 단기적으로는 물량나누기를 할 수 밖에 없고, 장기적으로는 경기변동에 대처하기 위해 다 차종 생산체제 설비의 구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같은 노조원인 3공장 사업부 위원회는 20일 회의에서 만장일치로 물량 나누기에 반대 입장을 표시한데 이어 23일 노조 집행부와의 회의에서도 기존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 한배에 탄 운명인 노조 내부에서 조차 소집단 이기주의의 극단을 드러낸 것으로, 향후 노노갈등의 또 다른 불씨로 작용할 가능성까지 거론되는 상황이다.

현대차노조 관계자는 23일 “지난 20일 3공장 사업부 위원회에서 만장일치로 물량 이동에 반대의견을 낸 것은 맞다. 그러나 3공장 사업부 위원회는 결정 권한이 없기 때문에 노조의 결정을 따라야 한다”고 강조했지만 공염불이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한편 3공장 사업부 위원회가 물량 이관에 반대한 사실이 알려진 직후 금속노조와 현대차 민주노동자투쟁위원회(민투위) 자유게시판에는 이를 비판하는 글들이 이어지고 있다.

자신을 ‘노동자’라고 밝힌 이는 민투위 게시판에 글을 올려 “3공장 사람들만 물량 확보해서 잘 먹고 살면 그만인가? 노동자는 하나라고 주장하더니 밥 그릇 앞에서는 의미 없는 외침인가”라며 허탈해 했다. 또 다른 노조원은 “소속조직의 실익만 챙기는 통에 조합원들만 죽어난다. 너무나 이기주의적이고 무책임한 처사”라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23일 “어려운 시기에 노조가 공장간 물량을 나누자고 한 것은 위기를 함께 극복해 나가자는 의미”라며 “노조 내부에서 조차 이를 반대 한다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고 지적했다.

김훈기 기자 bom@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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