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관계자는 23일 "곶감 빼듯 하나하나 빼먹는 게 아니다. 박연차 리스트는 없다"면서도 "다이어리와 뭉칫돈이 빠져나간 시점이 기재돼 있는 전표 등을 근거로 조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다이어리는 여비서가 작성한 것도 있고, 본인이 작성한 것도 있으며 비자금 조성 시점, 비서실의 박 회장 스케줄, 돈을 내준 회계 전표 등을 종합적으로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특히 여비서의 다이어리에는 박 회장이 언제 어디서 누구와 골프를 쳤고 저녁식사를 했는지 등 박 회장의 일정 등이 상세하게 기록돼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결국 검찰은 다이어리를 근거로 로비 대상자를 특정한 뒤 태광실업을 압수수색하며 수거해온 전표 등을 통해 뭉칫돈이 빠져나간 시점과 박 회장의 통화내역을 비교하는 방법으로 언제 누구와 만나서 얼마를 전달했는지를 캐고 있다는 것이다.
검찰은 박 회장이 적극적으로 금품을 준 인사들의 명단을 진술하지 않고 방어적으로 조사에 임하고 있지만 다이어리와 전표를 들이대며 "누구에게 얼마를 전달한 것 아니냐"고 추궁하면 로비 사실을 비교적 상세하고 명확하게 진술한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실제로 23∼24일 검찰이 체포한 장인태 전 행정자치부 2차관과 박정규 전 대통령 민정수석비서관이 금품을 받았다는 사실 역시 다이어리를 통해 확인했다고 검찰은 전했다.
게다가 세 딸까지 출국 금지당하고 장녀는 태광실업 사장 자격으로 불러 조사를 받기까지 한 상황에서 박 회장은 심리적 압박감을 견디지 못하고 로비 사실을 털어놓는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검찰은 결국 태광실업이 로비 대상자를 기재한 뒤 국세청에 넘겼다는 `국세청판'과 여ㆍ야 의원 18명의 실명이 기재돼 있다는 `여의도판'의 존재는 없다고 부인했지만 `국세청판'의 토대가 된 것으로 알려진 다이어리가 수사의 성패를 좌우할 새로운 `판도라의 상자'로 부상한 셈이다.
예전 법조 비리나 지난해 삼성특검 및 S해운 로비 의혹 등 여러 사건에서 로비 대상과 돈을 건넨 장소ㆍ시점 등을 구체적으로 기록한 리스트가 나왔지만 대부분 사실무근으로 결론났다는 사실에 비춰볼 때 박 회장의 다이어리가 어느 정도의 폭발력을 가질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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