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민생은 ‘뒷전’, 집안싸움에만 ‘혈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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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9-03-25 0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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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는 죽어라 뛰는데 중앙에서는 무엇을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분당’까지 나오는 마당에 어떻게 지역주민들에게 우리당을 뽑아달라고 하겠나.”

오는 4.29 재보선에서 최대 격전지로 꼽히는 인천 부평을의 민주당 모 예비후보의 선거캠프 운동원의 하소연이다.

정동영 전 통일부 장관의 전주 덕진 출마를 놓고 민주당 내홍은 최고조에 달하면서 그가 공천 받지 못한다면 “당이 쪼개질 수도 있다”는 폭탄 발언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이를 지켜보는 국민들의 시선이 곱지 않다는 지적이다.

민주당의 정신적 지주나 마찬가지인 김대중 전 대통령도 “어떤 일이 있어도 당이 깨져선 안된다”고 적극 중재에 나서고 있는 상황이지만 정세균 대표가 ‘개혁공천’을 명분으로 정 전 장관의 출마 포기를 종용하고 있어 접점 찾기가 수월해보이지 않는다.

이런 상황에서 가장 속이 타는 사람들이 정 장관 외 재보선에 출사표를 던진 예비후보들이다. 당이 하나 돼 거대 여당인 한나라당에 맞서도 힘이 모자랄 판에 ‘집안싸움’만 거듭하고 있으니 ‘될 일도 안된다’는 게 이들이 토로한 심경이다.

물론 정 전 장관 정계복귀 후 민주당 관련 보도가 많아진 것은 사실이다. 때문에 ‘민주당’이 어디서 뭐하는지도 몰랐는데 자꾸 신문과 방송에 나오니깐 자연스레 홍보효과도 있는 것 아니냐는 우스갯소리도 간혹 들린다.

그러나 집안싸움하라고 공당을 국민이 용인해준 것은 결코 아닐 것이다.

이런 양상은 한나라당에서도 반복되고, 민주노동당, 진보신당 등에서도 쉽게 볼 수 있다. 한나라당은 박근혜 전 대표의 재보선 지원 여부를 놓고 친이계와 친박계간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또 민노당과 진보신당은 울산 북구 지역 후보단일화 과정을 순조롭게 밟지 못하고 있다.

이 같은 정당의 ‘집안싸움’은 그들만의 싸움이 아니다. 문제는 정치권이 내부권력 잡기에 집착하면서 최대 과제인 경제살리기나 민생현안에 관심을 갖지 않는 것이다. 재보선에 앞두고 정책으로 민심을 얻어야 할 판에 당내 내부역학구도 그리기에만 매진하고 있는 정치권을 바라보는 국민의 시선은 차가울 수밖에 없다.

경제침체가 급속도로 진행되면서 서민들의 고통이 점차 가중되고 있다. 이런 와중에 내달 열리는 임시국회에서 내수부양을 위한 추가경정안도 처리해야 하는 등 할 일이 태산인데 정치권이 집안싸움에만 매진하다 이번 국회도 허송세월 하는 건 아닌지 걱정이다. 

송정훈 기자 songhddn@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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