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들 생활비 막막..보험료 못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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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9-03-25 0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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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불황으로 인해 당장 하루하루 생활비나 교육비를 마련하기가 막막해진 서민들이 미래를 준비하기 위한 적금과 펀드, 보험을 깨고 돈을 구하러 서민대출 창구에 기웃거리고 있다.

서울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김모씨(36)는 지난 24일 주거래은행인 A은행을 찾아가 예.적금 등 6건의 금융상품을 모두 해약했다.

김씨는 만기가 내년 10월인 정기적금을 중도 해지해 연 2%의 이자만 받고 240만원을 찾았고 지수정기예금도 50여만원의 중도해지 수수료를 뺀 950만원 정도를 돌려받았다.

400만 원을 투자한 주식형펀드는 손실률이 무려 38%에 달했지만 미련없이 해지하고 250여만 원만 찾았다. 2년만 기다리면 만기가 도래하는 청약부금과 변액연금보험에 이어 입출금식통장의 자동이체까지도 해지했다.

◇적금, 펀드 보험 다 깬다
25일 금융계에 따르면 최근 A씨와 같은 사례가 많아지면서 은행 적금 상품과 펀드 해지가 늘고 있다. 보험에서도 보험료를 내지 못해 효력을 잃거나 아예 해약하는 계약이 확대되는 추세다.

경기가 꽁꽁 얼어붙고 실질 임금이 감소하면서 자영업자나 일반 직장인들이 현금 부족 상황에 빠지자 해지 수수료나 펀드 손실 등을 감수하면서 은행과 펀드, 보험에 넣어둔 돈을 찾는 것이다.

서민들이 매월 조금씩 부어 목돈을 만드는 정기적금의 경우 작년 말 이후 해지가 늘고 있다.

국민.우리.신한.하나은행의 월별 정기적금 해지 건수는 ▲작년 10월 16만1천좌 ▲11월 15만2천좌에서 ▲12월 18만좌 ▲1월 16만9천좌 ▲2월 17만7천좌로 올라왔다.

주 고객이 직장인과 자영업자인 B은행의 서울시내 한 영업점에서는 작년에 하루 평균 5~6건에 불과하던 적금 해지 건수가 최근엔 10여 건에 달한다.

B은행 관계자는 "종로 인근의 40~50대 자영업자들이 장사가 안돼 물건 대금도 내기 어려워지자 적금과 펀드를 해지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펀드 계좌수는 주식시장까지 무너지는 바람에 이미 작년 여름부터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작년 6월 말 2천511만개에 달하던 펀드 계좌수는 올해 1월 말 2천332만개로 179만개 줄었다. 적립식펀드 계좌수가 같은 기간 1천568만개에서 1천412만개로 156만개 줄었고 거치식펀드 계좌수는 943만개에서 920만개로 23만개 감소했다.

금융투자협회 관계자는 "작년 6월 말 정점을 기록했던 펀드 계좌수는 글로벌 금융위기로 인해 주식시장 급락과 경기침체 영향으로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다"고 전했다.

보험도 실효, 해약이 늘어나는 모습이다.

생명보험의 경우 실효와 해약건수가 작년 1∼3월에는 전년 동기대비 4.8% 늘어났고 4∼6월에는 7.1% 증가했으며 7∼9월에는 16.3%, 10∼12월에는 15.6%나 급증했다.

전체 보유계약 대비 실효.해약 비율은 작년 상반기에는 0% 수준이었지만 하반기에는 0.3%로 올라갔다.

손해보험의 장기보험은 실효.해약 건수 증가율이 ▲1∼3월 6.9% ▲4∼6월 12.9% ▲7∼9월 22.0% ▲10∼12월 36.8%로 점점 올라갔으며 보유계약 대비 비율도 ▲1∼3월 -0.3%▲4∼6월 0.0% ▲7∼9월 0.3% ▲10∼12월 0.9%로 상승했다.

◇돈 좀 빌려주세요
경기 침체와 신용경색 등으로 은행과 저축은행 등 일반 금융기관들이 극도로 몸을 사리고 문턱이 높아지자 서민 지원을 목적으로 하는 소액신용대출을 찾는 발길이 늘고 있다.

이에 따라 신용회복위원회가 개인워크아웃 프로그램이 진행 중인 사람들 중 1년 이상 성실히 빚을 갚은 '정상 상환자'에게 500만∼1천만원을 빌려주는 소액금융 지원 실적도 크게 확대됐다.

소액금융 지원 실적이 작년 한 해 137억5천100만원(4천488명)으로 전년의 34억6천900만원(1천168명)의 4배에 육박했다.

월별로는 ▲작년 8월 16억200만원(511명) ▲9월 19억5천600만원(650명) ▲10월 16억2천300만원(524명) ▲11월 15억1천만원(512명) ▲12월 20억2천500만원(736명) ▲1월 18억4천400만원(662명) ▲2월 38억1천700만원(1천310명) 등으로 작년 말 이후 급증하는 추세다.

신용회복위 관계자는 작년 6월 이후부터 지원 기준을 완화한 데다 경기불황으로 생활이 어려운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소액금융 지원 신청이 급증했다"며 "최근 들어 소액금융 대출 재원이 부족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인터넷뉴스팀 news@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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