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침체 먹구름이 가시기는커녕 더욱 짙어지면서 생계형 보험·적금 해지 건수가 급증하고 있다. 고용시장이 불안해지고 임금이 줄면서 당장 생활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보험과 적금을 해약하는 사람이 늘고 있는 것이다.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생명보험 가입자의 해약 및 실효 건수는 지난해 4분기에 218만5000건을 기록하면서 220만건에 육박했다. 이는 전년 동기에 비해 15.6% 늘어난 것이다.
보험 해약이 증가하면서 보험사의 환급금 역시 전년 대비 20.3% 증가해 8조1853억원으로 급증했다.
해약 및 실효 건수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해 1분기 194만6000건을 기록한 뒤 2분기에는 181만5000건으로 감소했지만 경기침체가 심화된 3분기에는 203만7000건으로 크게 늘었다.
보험 해약과 실효가 증가하면서 보험업계의 실적에도 부담이 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실제로 지난해 4월부터 12월까지 생명보험사 14곳 중 8곳이 적자를 기록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12월까지 3개 분기에 14개 생보사의 전체 당기순이익은 7610억원을 기록해 전년 대비 9500억원 가까이 감소했다.
업계에서는 실효는 나중에 부활이 가능한 것이어서 생각만큼 상황이 심각하지는 않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생명보험협회 관계자는 "실효와 해약이 같이 집계됐다"면서 "실효된 계약의 비중이 크다는 것을 감안하면 실제 해약으로 인해 가입자가 찾아간 환급금은 6조원을 밑돌 것"이라고 밝혔다.
생보협회 측은 보험 해약·실효가 늘어나면서 보험사의 실적에 어느 정도의 영향은 불가피하겠지만 매우 심각한 수준은 아니라고 덧붙였다.
손해보험 가입자의 해약·실효 건수 역시 4분기에 133만5000건으로 늘어났다. 이는 전년 대비 36.8% 증가한 것으로 환급금은 1조4582억원을 기록해 42.5% 늘어났다.
은행권도 경기침체 여파를 고스란히 받고 있다. 국민은행을 비롯해 우리·신한·하나은행 등 주요 4개 은행에서 고객이 해지한 정기적금 계좌는 지난 2월 17만7095개를 기록했다.
고객이 해지한 적금 계좌는 지난해 11월에는 15만2265개를 기록한 이후 12월에는 18만622개, 1월에는 16만9315개를 기록한 바 있다.
고용시장 한파가 거세지면서 소액 신용대출 역시 크게 증가하고 있다. 신용회복위원회에 따르면 지난 2월 1인당 최고 1000만원을 연 2~4%로 대출해준 금액은 38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1월의 18억원에 비해 20억원 늘어난 것이다.
대출자는 1310명으로 전월 대비 2배 급증했다.
지난 한해 소액금융 지원은 모두 4488명을 대상으로 137억5100만원이 이뤄졌다. 전년에 1168명이 34억6900만원의 지원을 받았다는 것을 감안하면 4배 이상 늘어난 셈이다.
신용회복위에 따르면 경기침체가 깊어지고 있는 가운데 지난해 6월부터 지원 기준이 완화되면서 소액금융 지원 신청이 크게 늘어 대출 재원 부족 현상까지 발생하고 있다.
민태성 기자 tsmin@ajnews.co.kr
< '아주경제' (ajnews.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